안국약품 어준선 회장 부인과 두 딸 보유주식 90% 담보 잡혀...증여세 재원 마련?

2018-07-27     유성용 기자

어진 부회장 등 안국약품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 7명 중 5명이 금융권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로 제공한 주식수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12.6%를 차지하는 규모다.

안국약품의 최대주주는 어준선 회장의 장남인 어진 부회장이다. 어 부회장은 22.68% 지분을 보유했다. 어 회장이 20.53%로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소유했다.

어 회장 차남인 어광 안국건강 대표는 3.74%의 지분만 지니고 있다. 이는 2016년 말 경영권이 2세로 승계되면서 어진 부회장이 안국약품, 어광 대표가 안국건강을 맡으면서 독립경영 체제를 갖춘 탓이다. 어 대표는 56% 지분율로 안국건강의 최대주주다.

▲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왼쪽), 어진 부회장

이밖에 어 회장 부인인 임영균 씨가 1.53% 그리고 세 딸들인 어연진‧명진‧예진 씨가 각각 0.42% 등으로 오너 일가가 안국약품 지분 49.75%를 보유하며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 오너 일가 7명이 보유한 안국약품 주식수는 총 648만8699주인데 이중 82만주(12.6%)가 담보로 잡혀 있다. 지분율로 따지면 6.29%에 해당되는 규모다.

안국약품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비율은 어 회장의 딸들이 90%가량으로 높다. 장녀인 어연진 씨와 막내딸 어예진 씨가 90.9%이고, 임영균 씨가 90%다.

차남인 어광 대표는 42.1%이고, 장남인 어진 부회장은 11.3%다.

오너 일가 중 주식담보대출을 받지 않은 이는 어준선 회장과 차녀인 어명진 씨 두 명뿐이다.

임영균 씨와 두 딸들의 주식담보비율이 높은 것은 어 회장이 2016년 말 부인과 자녀들에게 42만주의 주식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내는 과정에서 대출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임 씨와 딸들의 주식담보대출 내역은 2017년 초 처음 공시됐다.

어진 부회장은 2013년 말 80만주를 담보로 35억 원을 대출 받았으며 지난해 11월 19억 원을 중도상환하면서 현재는 33만5000주가 담보로 잡혀 있다. 지분율로 계산하면 2.56%에 해당된다. 임 씨는 5억2000만 원, 연진 씨 1억3500만 원, 예진 씨 8500만 원 등을 대출 받으며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안국약품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약 753억 원. 어 부회장이 34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어 회장 310억 원, 어광 안국건강 대표 56억 원, 임영균 씨 23억 원, 어연진·명진·예진 씨가 각각 6억 원 정도다. 담보로 제공된 주식의 가치는 95억 원이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개인적으로 받은 것이라 대출 이유나 상환 여부 등은 알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주식담보대출은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추후 돈을 갚고 담보 주식을 돌려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로 투자 심리 위축이 일어날 수 있고,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소액 주주 피해가 우려된다. 심할 경우에는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