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4곳, 상반기 순익 44% 증가...신한금투·하나금투, 사상 최대 실적
올해 상반기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들이 증시호황에 힘입어 순이익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증시 호황으로 인한 거래대금 증가로 수수료 수익이 늘었고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지주 계열 4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6869억 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이 2449억 원으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고 신한금융투자(대표 김형진)가 1827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KB증권(대표 윤경은·전병조) 은 1528억 원,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는 1065억 원을 기록해 4개 증권사 모두 반기 순이익 1000억 원을 넘겼다.
◆ 신한-하나금융투자 상반기 실적 '역대급', 하나금융투자 증자효과 '반색'
4개 증권사 모두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순이익을 크게 늘렸지만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가 특히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두 증권사 모두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고, 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나란히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98%나 늘었는데 위탁매매를 중심으로 한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다. 위탁매매 수수료가 전년 대비 63.3% 증가한 1658억 원으로 실적 상승을 이끌었고 그동안 존재감을 잘 드러내지 못했던 IB 부문에서도 수수료 수익이 같은 기간 244억 원에서 359억 원으로 47.2% 늘었다.
특히 IB부문은 지난해 하반기 신한금융지주가 주요 5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IB 플랫폼(GIB)을 신설한 이후 국내외 주요 딜에도 모든 계열사가 협력해 참여하는 등 지주 시너지를 발휘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수수료 수익 뿐 아니라 자기매매 수익도 올해 상반기 21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운용자산이 확대되고 일회성 펀드 판매 이익이 반영된 결과인데 금융상품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77조2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6000억 원 순증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83.6%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수수료 이익이 같은 기간 78.4% 증가한 2157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상승을 이끌었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나카드와 하나캐피탈을 제치고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특히 IB 부문에서도 지난 분기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는데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투자금융본부를 투자금융1본부와 투자금융2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부동산금융본부 산하에는 부동산솔루션실을 신설해 부동산 관련 영업을 강화한 결과라는 평가다.
이후 올해 1분기 하나금융지주가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7000억 원 규모 증자를 실시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총 사업비 7500억 원 규모의 광명의료복합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PF 약정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프랑스 생드니 오피스빌딩 투자(600억 원), 도쿄 히타치솔루션 타워, 뉴욕 맨해튼 대형 오피스 건물 투자주선(600억 원) 등 굵직굵직한 딜을 성사시키고 있다.
IPO 시장에서도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5건의 상장주관업무를 따냈고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도 NH투자증권과 함께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IPO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 무난한 성적표 받은 NH투자증권, 다소 아쉬운 KB증권
정영채 사장 취임 후 첫 성적표를 받은 NH투자증권도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5.2% 증가한 2449억 원으로 무난한 실적을 달성하며 농협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순이익을 거뒀다.
최근 주식거래량 감소로 수수료 이익이 줄면서 2분기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8.9% 하락했지만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ING생명 인수금융, 런던오피스 등 각종 부동산금융 딜로 인해 IB 수익이 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감소분을 상쇄시켰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이달부터 업계에서 두 번째로 발행어음업을 개시했는데 이를 통한 신용공여 확대로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애널리스트는 "NH투자증권은 이달 초부터 발행어음 판매를 개시했는데 벌써 진도율 대비 빠르게 잔액을 채운 것으로 추정된다"며 "9월 말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덕분에 신용공여 한도가 200%로 늘어나는데 NH투자증권은 이미 신용공여 한도를 100% 가까이 쓰고 있던 상황에서 타사보다 인수금융 등 전통적인 기업 신용공여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향후 발행어음 연계로 수익의 안정적인 증가가 전망된다"고 전했다.
KB증권 역시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7.8% 증가한 1528억 원을 기록했지만 다른 금융지주계열 증권사에 비해서는 순이익 상승폭이 다소 낮았다.
KB증권은 올해 2분기 중국 CERCG 관련 ABCP 매입액 200억 원을 전액 상각하면서 일회성 손실이 발생했고 사옥 이전 등으로 인한 일부 비용이 발생하면서 순이익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계열사 수익성에서도 KB손해보험과 KB국민카드 다음으로 3번 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지주 내 입지도 강화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최근에는 KB증권 직원이 고객 휴면계좌를 이용해 투자금 3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부통제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KB증권이 올해 하반기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 심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점에서 불안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