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도 못한 에어컨, 기다리다 지쳐 취소하면 반품비 폭탄

"출고된 상품 설치업체로 가는 상품 특성 때문"

2018-08-10     이지완 기자

에어컨 설치가 무한정 지연되고 있지만 구매 취소조차 쉽지 않아 소비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폭염으로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자 인력부족으로 배송은 물론 설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소비자의 반품 요청에 과도한 취소 수수료를 부과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현재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홈쇼핑 등 대행 유통사를 통해 구입한 에어컨의 배송 및 설치 지연으로 폭염에 생고생 중이라는 소비자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줄을 잇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전문가의 별도 설치가 필요한 상품의 특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일반 제품과 달리 에어컨은 주문 시 삼성전자, LG전자, 대유위니아, 캐리어 등 제조사에서 출고된 제품이 소비자가 아닌 설치업체 쪽으로 이송된다.

설치 주문이 밀려있을 경우 서비스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구매 취소가 발생하면  반품 배송비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이 배송도 안됐는데 왜 반품비가 발생하냐는 불만은 이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통업계의 관계자는 “폭염으로 에어컨 주문이 급증해 구매 후 설치까지 일반적으로 3주이상이 소요되고 있다”며 "여름이 시작되기 전 미리미리 구매한 방법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수원시 권선구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지난 7월 중순 티몬에서 캐리어에어컨을 구매했다. 하지만 배송이 계속 지연됐고 더운 날씨를 견디기 어려웠던 이 씨는 반품을 문의했고 취소 수수료 3만 원을 안내받았다. 이후 8월 초 되도록 배송되지 않자 다시 반품을 요청하자  이번에는 5만 원으로 수수료가 인상됐다.

이 씨는 “배송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건 업체인데 왜 수수료가 오르는 지 납득하기 어렵다. 받지도 못한 제품의 반품 택배비를 청구하는 건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티몬 관계자는 “소비자는 설치를 받지 못해 주문취소했지만 에어컨은 이미 출고돼 배송이 일어난 상황이라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다”며 “반품 수수료는 배송비에 따라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담원이 반품비 1차 안내 시 5만 원을 3만 원으로 잘못 안내한 것으로 확인했으며 그에 따라 반품비는 3만 원으로 처리토록 했다”고 답했다.

평택시 청북읍에 거주하는 서 모(남)씨 역시 반품 배송비에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7월 중순 신세계 TV쇼핑에서 캐리어 벽걸이 에어컨을 구매한 서 씨. 일주일이 지나도 설치 연락이 없어  8월 초 구매 취소를 요청했고 확인 후 처리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판매처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일간 지나서야 ‘반품처리가 진행 중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서 씨는 “더운 날씨에 연락도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해서 구매취소를 했더니 이마저 지연돼 속이 터질 뻔 했다. 결국 반품비를 부담하고 취소했지만 이런 상황에 반품비까지 물리다니 부당한 처사”라며 언성을 높였다.

신세계TV쇼핑은 에어컨의 경우 주문후 생산이 되며 이후 여러 유관업체를 거쳐 배송되는 시스템이라서 취소 또한 즉시 이뤄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소비자가 취소할 경우 해당 건에 대해 생산업체, 대리점, 설치 업체 등 유관업체의 확인이 필요해 시일이 필요하다는 것.

배송비 책정에 대해 관계자는 “에어컨은 주문생산 방식으로 주문이 들어가게 되면 손실이 발생한다”며 “반품비는 불가피한 부분으로 이에 대해 미리 고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가 반품비에 대해 동의할 경우에만 취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