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설치비 현장서 부르는 게 값?...소비자 반발

제조사 "현장 상황에 따른 추가 비용"

2018-08-20     정우진 기자

에어컨 수요 폭증으로 관련 민원이 쏟아지는 가운데 '설치비'에 대한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설치기사가 과도한 비용을 요구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반면, 제조사들은 현장 상황에 따라 설치 비용 산정이 유동적인데 소비자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구매한 삼성전자 냉난방기 설치비 문제로 업체와 갈등 중이다. 구매 당시 온라인몰 판매자는 기본 설치비가 25만 원 정도 나올 것이라 안내했는데 방문한 설치기사는 각종 추가설치 등을 명목으로 70만 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배관 8미터, 전선 20미터, 차단기 및 배수관 설치 등으로 3배 가까운 설치비를 요구하더라”며 “바가지 청구를 당했지만 설치를 하지 않을 수도 없어 눈뜨고 당했다”며 하소연했다.

▲ 일부 판매자들은 판매 페이지에 '기본 설치비 무료' 등의 문구를 강조하지만 정작 현장 상황에 따라 설치기사들이 추가 설치비를 요구하는 일이 잦아 소비자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심 모(남)씨는 LG전자 에어컨 구매 후 당초 안내받았던 20만 원의 두 배에 달하는 42만 원의 설치비 덤터기를 썼다고 주장했다.

심 씨는 “스탠드배관, 벽걸이배관, 용접 등 각종 추가 설치 명목으로 소형 에어컨 1대에 가까운 설치비를 청구했다”며 “소비자를 봉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노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성 모(여)씨는 225만 원의 목돈을 들여 구매한 오텍캐리어 스탠드 에어컨에 대해 설치기사가 58만 원을 설치비로 청구하자 실랑이를 벌이다가 에어컨을 반품했다. 당초 성 씨는 오텍캐리어로부터 최대 15만 원 정도 추가설치비가 든다는 안내를 받았는데 무려 4배 가까이 설치비가 뛰었다며 납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성 씨는 “애초에 제대로 안내해주던가 무더위에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아파트에 배관 구멍도 다 뚫려있는 상황인데 뭘 더 설치해야 해서 비용이 이렇게 많이 나온다는 건지 이해하라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외에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 등에는 여름 무더위를 해결하기 위해 구매한 삼성전자, LG전자, 대유위니아, 오텍캐리어 등 주요 제조사 에어컨 설치비를 설치기사 등이 과도하게 청구했다는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설치비 바가지 여부 판단 기준은?...제조사 기준 가격표 참고

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당초 안내보다 과도한 설치비를 청구하며 현금영수증 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 등 폭염을 이용, 업체나 설치기사 등이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에어컨 제조사 등은 설치기사가 판단하는 현장 상황 및 이에 따른 소요 자재·비용 등이 소비자 기대와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의도치 않은 갈등 상황이 초래되는 것에 대해 난감해 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추가 설치비용 발생 가능성을 안내했음에도 ‘매립배관’ 등 개별 설치 항목에 대해 이해를 못하거나, 애초에 소비자가 알려준 것과 현장 상황이 달라 기사 판단에 따라 추가 설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 등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이에 대해 설치기사가 충분히 설명 중이지만 이를 소비자가 납득하지 못할 경우 분쟁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주요 제조사들은 자체적인 추가 설치비용 기준표를 가지고 있어 설치기사가 비용을 과다 청구했다는 판단이 들 경우 이를 확인해 비용 보정을 요구할 수 있다.

제조사들은 배관 길이나 설치물 소재 등 세부적인 항목 등에 대한 자체적인 비용 책정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등 일부 제조사들은 이를 홈페이지나 판매 매장 등에서 공시하고 있어 확인 가능하다. 설치기사가 과도한 비용을 요구했다고 의심이 들 경우 제조사의 이 같은 기준 가격표를 참고해 과다 비용 청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추가 비용 발생에 대해 충분히 안내한다고 노력 중이지만 설치기사도 현장 대응에 바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안내가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며 “이 같은 일을 최소화하도록 교육 및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으로 현장대응에 만전을 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