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본확충 경쟁으로 서열 변동...메리츠종금·하나금투 뜨고 대신증권 주춤

2018-08-31     김건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늘리기를 통한 외형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자기자본 1조 원 이상 4조 원 미만의 중·대형사 서열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과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가 대주주의 과감한 유상증자와 자회사 편입 효과 등으로 자기자본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는 반면, 대신증권(대표 나재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향후 금융투자업계가 브로커리지에서 편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해 IB(투자은행)와 PI(자기자본투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대형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충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초대형 IB 5개사를 제외한 증권사 중에서 자기자본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 3조3800억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덩치를 키우면서 신한금융투자(대표 김형진)를 추월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7000억 원대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과 메리츠캐피탈의 완전 자회사 편입 등으로 1조 원 이상 자기자본 증대 효과를 보면서 단숨에 자기자본 3조 원을 돌파했다.

이후 순이익 증가에 따른 자연 증가분까지 더해지면서 현재 자기자본 기준으로 업계 6위에 올랐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자기자본기준 업계 9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순위가 3계단 상승한 셈이다.

지난해 자기자본 3조 원을 돌파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이후 부동산금융 중심에서 종합 증권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는데 메리츠종금증권 연간 순이익 규모가 3000억 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추가 증자 없이 2~3년 내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도 빠른 속도로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초만해도 대신증권과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했던 하나금융투자는 이후 자본확충을 통해 1조 원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모기업인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가 올해 초 약 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단하면서 자기자본이 1조 원 후반에서 2조 원 중반으로 수직상승했다.

올해 들어 창사 이래 최초로 분기 순이익 10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실적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2조65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현 실적과 하나금융지주의 추가 증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기자본 3조 원 돌파도 머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반면 대신증권의 경우 경쟁사와 달리 자기자본 확대 없이 현상유지에 그치면서 다른 증권사와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규모는 1조9300억 원으로 업계 10위에 그쳤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자기자본은 약 2200억 원 늘었지만 업계 순위는 8위에서 10위로 두 계단 떨어졌다.

대신증권은 강력한 대주주가 있는 경쟁사와 달리 최대주주인 양홍석 사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1.52%에 불과해 대주주 차원의 과감한 증자도 쉽지 않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이 자기자본 확충에 경쟁적으로 나선 것과 달리 대신증권은 대형화 대신 비증권계열사를 통한 사업다각화 정책에 집중하면서 대신증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 체계를 갖추는 전략에 나섰다. 


대신저축은행-대신자산운용-대신F&I로 이어지는 비증권계열사는 지난해 증권업 실적이 부진하면서 효자 노릇을 했지만 올 들어서는 대신증권 수익 비중이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대신증권 연결 세전이익은 14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2% 증가했는데 그 중 대신증권이 1302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신F&I와 대신저축은행은 각각 세전이익 366억 원과 154억 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했다.

특히 대신증권 사업부문별 수익에서도 브로커리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47.2%에 달했는데 IB부문(5.6%)와 WM부문(5.7%) 수익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위해 IB와 WM 부문을 강화하면서 수익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의 최근 행보는 본업인 증권업보다는 비증권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본업에서도 IB와 WM부문을 강화하며 브로커리지 쏠림현상을 탈피하고자 하나 아직까지는 역부족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