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위한금융은없다②] 디지털 이용자만 우대...노인들은 수수료 폭탄만

2018-10-17     김국헌 기자

금융 시장에서 노년층 소외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금융사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으로 젊은층의 편의성은 강화되는 반면 고령층은 소외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 모(69)씨는 평소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같은 간단한 SNS메신져는 사용하지만 모바일뱅킹은 전혀 이용하지 못한다. 점포에 가서 얼굴 맞대고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오랜 습관이 몸에 굳은 데다 모바일뱅킹은 너무 복잡해서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모바일뱅킹으로 송금하면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남의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 씨는 "모바일로 혜택이 많다고 해도 할 줄도 모르고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면채널에 익숙한 노인들이 모바일뱅킹의 다양한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수수료와 대출이자도 더 많이 내야 하는 등 금융 소외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7년 9~11월 중 전국 성인 2천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6개월 내 모바일 뱅킹서비스를 이용률이 40대 이하에서는 60%를 웃돌지만 50대부터 뚝뚝 떨어져 60대 이상에서는 5.5%에 그치는 실정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모바일·PC를 통한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60대 14.0%, 70세 이상은 4.3%에 그친다.


은행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갈수록 점포와 ATM기를 축소하면서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뱅킹으로  유도하지만  노인들은 여전히 창구거래를 이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노인들처럼 대면 채널을 이용할 경우 불편도 크지만 디지털을 이용하는 젊은 층에 비해 수수료와 대출이자도  더 많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다른은행으로 송금하는 경우 창구이용 수수료는 2000원이지만 모바일 뱅킹을 하면  500원에 불과하다. 환전도 모바일로 하면 수수료 90% 우대인데 오프라인으론 동일한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여러 금융 우대 정책 또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 집중돼 노인들이 손해를 보기 쉬운 구조다. 최근 금융사들은 은행 창구에서 가입되지 않는 모바일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중금리 모바일전용 대출 상품을 내놓았고, 한국씨티은행은 모바일과 PC로 직장인 신용대출 신청 시 다른 채널을 통한 경우보다  연 0.5%의 금리인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뱅킹을 사용하지 못하면 대출이자도 더 내야 한다. 은행에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쓸 때 창구에서 처리하면 디지털로 처리하는 것에 비해 연 0.1~0.2%포인트의 금리를 더 내야 한다. 2억 원을 빌리면 연간 최대 40만 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은행 수수료 조정 현황’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2014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82개의 수수료를 신설했고 78개 수수료를 인상했다. 이러한 수수료 인상의 폐해는 고스란히 노인들 부담으로 가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금융이 점차 대세가 되면서 대면채널로 발생하는 수수료 발생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점포 관리비나 창구 직원 임금을 고려하면 지금 수준의 수수료는 오히려 손해"라며 "모바일뱅킹은 관리비가 필요치 않기 때문에 여러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인들 스스로 디지털 문턱을 극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노인들이 보다 쉽게 모바일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은행권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노인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내면서 대면채널만 고집하던지, 모바일뱅킹을 이용해 수수료 감면과 금리 등 여러 혜택을 받을 것인지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며 "노인층을 위해 글씨가 커지거나 조작이 쉬운 모바일뱅킹 개발하는 등 은행권의 배려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이 보편화할 경우 이에 소외될 수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이용절차 간소화, 사용방법 안내자료 제공, 전담 상담원 운용 등을 통해 신규 이용을 유인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이용을 도모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