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접속 막았다는 공신폰, “뚫으니 일반 폰과 똑같아”

2018-11-12     이건엄 기자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사는 서 모(여)씨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위해 SK텔링크가 출시한 ‘공신폰’을 구입했다. 인터넷과 게임 등 공부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한 제품인만큼 아들의 학습을 위해 최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서 씨의 아들이 공신폰의 막혀있던 인터넷 기능을 복구해 일반 스마트폰과 다를 게 없이 사용중인 걸 알게 됐다고. 서 씨는 “대리점에서 와이파이와 통신이 차단된다는 말만 듣고 공신폰을 구입했다”며 “처음부터 뚫릴 수 있는 부분을 설명했더라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집중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을 겨냥한 ‘공신폰’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프로그램을 통해 와이파이와 데이터 기능을 복구할 수 있어 일반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공신폰은 ‘공부의 신’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폰에 소프트웨어적 조치를 가해 인터넷 접속과 어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제품이다.  단순히 전화기로서의 휴대전화가 필요한 학생들과 공시생들을 수요층으로 삼았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최신 공신폰은 LG전자 X4를 기반으로 한 ‘공신폰3’로 지난 3월 SK텔링크에서 출시했다. 앞서 SK텔링크는 지난해부터 중국 ZTE사의 보급형 스마트폰 ‘블레이드 L5 플러스)’, ‘삼성전자 갤럭시 와이드2’를 기반으로 한 ‘공신폰1’, ‘공신폰2’를 출시한 바 있다.

모두 인터넷에 접속할 수없고  컴퓨터를 통해 설치 파일(APK)를 복사해 새로운 앱 설치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처폰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들 제품들이 스마트폰으로서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제한만 푼다면 일반 스마트폰과 똑같은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기반이 되는 모델의 펌웨어를 설치하거나 해킹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LTE나 와이파이 기능을 다시 활성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각종 휴대전화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공신폰 뚫는 법’등의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펌웨어를 강제적으로 설치하는 등 기능 제한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들이 무수히 공유되고 있다.
▲ 포털사이트 지식IN에도 '공신폰 뚫는 법'에 대한 많은 질문들이 올려져 있다.

공부를 위한 공신폰이 무용지물인 상황이지만 사실상 해결 방안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유일한 답이 될 수 있는 피처폰 활용이 현재로선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시한 피처폰은 2016년 이후 맥이 끊긴 상황이다. 올해 3월 LG전자가 ‘LG 폴더’라는 이름의 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기존 스마트폰에 탑재된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생산할 때부터 관련 기능을 제거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설계와 생산 라인을 재설정해야 되기 때문에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며 “특히 최근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통신 기능을 함께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피처폰 소프트웨어 제한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프트웨어의 제한은 해킹과 보안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창과 방패처럼 뚫느냐 막느냐의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진정한 의미의 공신폰은 현재로선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공신폰에 대한 과도한 마케팅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계가 명백한 상황에서 과대광고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교육열이 높은 국내 정서상 공신폰 마케팅은 효과가 클 수밖에 없었다”며 “그렇다고 공신폰의 한계를 설명하지 않고 기능을 배제한 부분만 부각시키는 행위는 소비자를 속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