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장 구조 이해 못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찻잔 속 태풍 될 것

2018-11-15     이건엄 기자
가계 통신비 인하가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화두로 자리 잡은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정부는 보편요금제 추진 등 지속적으로 사업자들을 압박했고, 통신사들은 선택약정 할인 강화와 요금제 개편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비싼 단말기 가격과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구조로 인해 이러한 노력 모두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는 지적도 잇달았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 여론도 이같은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통신비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게 비싼 단말기 값이라면 통신서비스와 유통을 분리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면 되지 않냐는 주장이다.

사실 이 법안대로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 주체가 완전히 분리될 수 있다면 베일에 싸여 있는 단말기 유통구조가 어느 정도 투명해진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국내 시장은 자급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전반적인 가계 통신비가 인하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자급제 도입으로 단말기 가격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상황에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아무리 플래그십 모델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중·저가 보급형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보다는 통신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SK텔레콤 기준) 스마트폰 판매량을 보면 10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1분기 13.5%에서 4분기 39.9%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순수 통신비는 오히려 점차 줄고 있다. 지난 2014년 7~9월과 올 8월을 비교했을 때 월 6만 원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 비중은 33.9%에서 18.8%로 낮아졌다. 평균 통신요금도 월 4만5155원에서 4만1891원으로 7.2% 줄었다.

단말기 가격이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천정부지 솟고 있는 상황이라 완전자급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지 의문표가 던져지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완전자급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애플과 삼성이 고가 정책을 바꾸진 않을 테니 말이다.

현재 삼성과 애플 등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에 맞서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가격 책정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더 많은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단말기 유통구조 투명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통사의 유통권을 빼앗는 것만으로 통신비를 낮추는 데에는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무작정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는 것은 소비자 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단순히 가계 통신비 인하 프레임에 갇혀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주변을 살피고 시행하려고 하는 제도들이 가진 파급효과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볼 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