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 놓고 7명 각축...낙하산 시대 끝낼 후보자 면면은?

2019-01-10     황두현 기자
제18대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직에 역대 최다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과거 회장직은 사실상 '임명직'이라는 인식이 강해 지원자가 소수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다수의 후보자가 몰리면서 후보 면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입후보 등록을 위해 지원 서류를 제출한 후보는 7명이다.

8일 황종섭 전 하나저축은행 대표를 시작으로 한이헌 전 국회의원과 박도규 전 SC제일은행 부행장이 출마했다. 9일에는 조성권 전 예쓰저축은행 대표가 나섰고 마지막 날인 오늘(10일)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그리고 남영우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가 출마 신청을 끝냈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직은 과거만해도 정부와 사전 협의되거나 미리 낙점된 관료가 선출되는 '낙하산'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 출마자가 많지 않았다. 17대 중앙회장 선거의 경우 후보는 3명이 그쳤고 역대 회장 중 비관료 출신도 현 이순우 회장을 비롯해 2명뿐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역대 최다 후보가 몰리면서 이러한 오명은 자연스레 씻기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업권 내에서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가 없는만큼 투명하게 선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 저축은행 출신후보만 4명...민관 인사 7파전

저축은행 업계 출신의 후보가 4명이나 나온 것도 이를 방증한다. 황종섭(61) 전 하나저축은행 대표는 '저축은행 출신이 회장직에 올라야 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황 전 대표는 기업은행 입행을 시작으로 보람은행, 하나은행 부행장을 거쳐 2016년부터 3년 간 하나저축은행 대표를 지내며 업계 전문성을 쌓았다. 

조성권(64) 전 예쓰저축은행 대표도 또 다른 업계출신 후보다. 우리은행을 거쳐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2011년 예쓰저축은행을 이끈 경험이 있다. 이후 국민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박도규(62) 전 SC제일은행 부행장은 상업은행, 한미은행, 한국씨티은행을 두루 거친 시중은행 출신이다. 지난해부터 금감원 옴부즈만으로 활동하고 JT친애저축은행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남영우(64)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는 동부상호신용금고에 입사한 뒤 다수 상호신용금고와 저축은행을 거쳐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 전무이사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1년 대표로 승진한 뒤 최근까지 재직했다. 

금융당국과 소통이 빈번한 자리인만큼 관 출신의 인사도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한이헌(75) 전 국회의원은 행정고시(7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옛 경제기획원(재정경제부) 차관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우리저축은행의 비상임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업계와 인연을 쌓았다.

행정고시(26회) 출신의 박재식(61)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옛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와 국제기구과 과장을 지냈다. 이후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활동한 뒤 금융정보분석원 원장과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조성목(57)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금융감독원 선임국장(서민금융, 중소기업지원담당) 출신으로 2011년 저축은행사태까지 6년 넘게 저축은행업무를 담당했다. 2016년 보이스피싱 '그놈 목소리'로 국민훈장을 받은 뒤 박근혜 정부 때 금감원을 떠났다. 현재는 금융위원회 옴부즈만, 서민금융지원체제개편TF 민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저축은행, 당기순이익 1조...'회장'보다 '저축은행' 생각해야

일각에서 출신보다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이해도와 미래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 이가 와야한다고 지적한다. 저축은행 업계가 2년 연속 당기순이익 1조 원을 넘은만큼 '회장직'보다 '저축은행'에 관심이 있는 지원자를 잘 가려내야 한다는 의미다. 

익명의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전보다 저축은행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수익도 많이 나니까 이를 보고 지원자가 몰리는 것"이라며 "관료나 민간이냐 보다는 업계를 위한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후보자는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출마의 변을 통해 밀실인사보다는 전문성과 추진력을 검증할 수 있는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후보들과 사전 논의가 없었던만큼 실제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저축은행중앙회는 후보 등록이 마감하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통해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받은 단독 또는 복수 후보를 선정한다.

최종 선출은 이달 21일 예정된 총회에서 결정된다. 79개 회원사 과반이 참석하고, 참석한 회원사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후보가 없으면 다득표자 2명을 선발해 재투표를 실시해 과반 이상 동의를 얻은 후보를 뽑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