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리콜 비웃는 '슬라임',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2019-01-23     김혜란 변호사
슬라임이라는 놀잇감이 있다. 일명 ‘액체괴물’ 내지는 ‘액괴’라고 불리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슬라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아이들은 이 이상하게 생긴 놀잇감에 열광한다. 아이들은 슬라임을 가지고 놀면서 그 손으로 간식을 집어 먹고 옷에 잔뜩 묻혀 놓는다. 

부모들은 슬라임을 만진 손으로 간식을 집어 먹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슬라임이 묻은 옷을 세탁기에 넣기 전 손으로 직접 지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다. 어른 세대의 구슬치기나 공기놀이만큼 요즘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는 슬라임을 가지고 노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슬라임이 정말로 ‘괴물’이라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해 12월 시중 유통 중인 슬라임 190개 제품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 76개에 대하여 리콜 조치한다고 밝힌바 있다.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 76개 중 73개 제품에서 가습기살균제 유해성분인 CMIT와 MIT가 검출됐고, 나머지 3개 제품에서는 CMIT와 MIT가 검출되진 않았지만 시력장애, 피부장애, 소화기 및 호흡기 장애를 유발하는 폼알데하이드와 간과 신장 등을 손상시키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CMIT, MIT의 경우 수많은 인명 피해를 부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지난 해 2월부터 액체를 포함하는 완구류 및 학용품에 대해 전면 사용 금지된 바 있기에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국가기술표준원은 리콜 조치 슬라임 제품을 ‘제품안전정보센터’와 ‘행복드림 열린소비자포털’에 공개하고 ‘위해상품판매차단시스템’에 등록해 전국 대형 유통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판매를 차단하도록 하였다. 리콜조치를 이행해야 하는 사업자는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해당 제품을 즉시 수거‧파기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은 교환·환급해주어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고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리콜 조치 제품을 주문하면 버젓이 배달이 되고 일반 소비자로서는 유해 상품이고 리콜 대상인지 여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 

리콜에 따른 후속 조치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국가기술표준원은 부랴부랴 두 번째 리콜에 나섰다. 그러나 첫 번째 리콜 때와는 달리 철저한 후속 조치를 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다시 리콜 대상 제품이 판매가 되어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는 대목이다.  

올해부터는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및 관계 법령의 제‧개정으로 ‘상생물제 사전승인’ 제도가 시행된다. 즉 유해물질이 함유된 제품은, 해당 물리·화학적 특성, 유해성·위해성, 효과·효능 등 13종의 자료를 갖춰 국립환경과학원에 승인을 신청하여야 하고 위해성 평가로 안전성이 입증된 후 판매가 가능해진다.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는 해당 법률 위반 위반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 또한 구비되어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아니하나 제도의 도입 자체는 환영한다. 

그러나 앞으로 제도가 어떻게 시행되고,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소비자는 유해물질과 관계된 일련의 사태에서 정부가 얼마나 무능하게 대처해왔는지 오랜 시간동안 목도해왔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은 비단 필자만의 것이 아니리라. 제도 정비로 구색을 맞추는 데에만 급급하지 말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법집행을 관계 당국에 강력히 요구한다.  

- 주요 약력 -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수료 
제47회 사법고시 합격 
전) 서울시청 기획조정실 법무담당관 송무팀장 
현) 법무법인 인 파트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