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경영진, 자기회사 주식으로 재미 못봐...평가액 전부 줄어

2019-01-28     유성용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영진들이 재직 중에 매입한 자기 회사 주식의 평가액이 총 132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교롭게도 회사 주식을 보유한 양사 경영진 10명은 매입시점에 비해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서 전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LG전자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우종 VC사업본부장은 수익률이 -30% 이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대표이사와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0명이 임원 재직 중 장내 매수한 회사 주식 평가액은 25일 종가 기준으로 132억3000만 원이다.

매입 당시 가치인 149억2300만 원과 비교하면 11.4% 줄었다.

이번 집계에서 임원들이 회사로부터 받은 주식매수청구권의 매입과 매도는 제외했다.

장내 매수한 주식의 평가액이 가장 높은 임원은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다. 2017년 12월 26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3500주를 매입했고, 현재 평가액은 78억3100만 원이다. 매입 당시와 비교하면 주식가치는 10.7% 줄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과 고동진 IM부문장이 사들인 주식 평가액은 현재 24억5000만 원, 11억1900만 원이다. 삼성전자 CEO 3명이 매입한 주식가치는 약 114억 원으로 LG전자 경영진(18억3000만 원)과 비교해 6배 이상 크다.

이들 3명은 2017년 말 삼성전자 대표에 신규 선임된 이후 회사 주식을 매입했는데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임원 재직 중 삼성전자 주식을 장내 매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에는 주식매수청구권으로 받은 주식을 매도하며 차익 실현만 했다.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이 10억8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 중이고 송대현 H&A사업본부장 2억8100만 원, 권봉석 HE사업본부장 2억3500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LG전자 경영진들의 주식 매입은 지난해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이 이르는 등 실적이 안정화되고, ZKW 인수로 자동차부품 등 미래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에 잇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만 총 18번의 매입이 이뤄졌다.

주식 매입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이는 송대현 H&A사업본부장이다. 지난해 2월과 5월, 12월에 총 10번에 걸쳐 주식을 매입했다.

LG전자 CEO와 사업본부장 등 주요 경영진 7명 중 지난해 주식을 매입하지 않은 임원은 황정환 MC사업본부장 뿐이다.

삼성과 LG전자 경영진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선 상황이지만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초 2479.65에서 지난 25일 2177.73으로 떨어진 영향이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LG전자 주가는 각각 12.3%, 36.5% 하락했다.

수익률이 가장 크게 떨어진 인물은 LG전자 정도현 사장이다. 2010년 5월과 2018년 3월 11만 원 가량에 주식을 매입했는데 현재 주가가 6만9500원으로 떨어져 -37.3%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정 사장의 주식매입은 거의 고점(2018년 3월23일, 11만4500원)에서 이뤄진 셈이다.

이우종 VC사업본부장과 송대현 H&A사업본부장, 권순황 B2B사업본부장, 권봉석 HE사업본부장도도 매입한 회사 주식 가치가 20% 이상 떨어졌다.

이어 삼성전자 김기남 DS부문장(-10.7%), 김현석 CE부문장(-9.1%), LG전자 조성진 부회장(-8.7%), 삼성전자 고동진 IM부문장(-8.4%) 순으로 수익률이 떨어진 폭이 크다.

조성진 부회장의 경우 2015년 8월과 2016년 3월에 매입한 주식은 수익률이 73.1%, 12.8%로 좋지만, 2017년 3월과 2018년 3월에 사들이 주식가치가 -36.8%, -0.7%여서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최근 2년 동안 매입한 주식 수가 9500주로 과거(5000주)보다 2배가량 많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삼성과 LG전자의 실적이 올 하반기까지 감소세가 지속돼 주가 흐름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