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실적 낸 증권사들 '고배당' 기대감...삼성·현대차증권 등 배당성향 'UP'
2019-02-08 김건우 기자
지난해 상반기 증시 호조에 힘입어 이 연간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증권사들이 올해 배당을 적극 늘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실적이 약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증권사들이 주주환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배당 공시가 나온 일부 증권사를 통해 이 같은 분위기가 확인되고 있다.
삼성증권(대표 장석훈)은 올해 주주배당금으로 전년 대비 40% 늘어난 1250억 원을 책정했다. 1주 당 배당금은 1000원에서 1400원으로 늘었고 이에 따라 시가배당률은 2.8%에서 4.3%로 1.5% 포인트 상승했다.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배당성향도 같은 기간 32.9%에서 37.4%로 4.5%포인트 올라갔다.
삼성증권 측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배당 규모를 큰 폭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실적 자체도 전년 대비 크게 늘었지만 기존 주주들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 더 크다는 반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과감한 배당정책이 지난해 발생한 유령주식 배당사고로 인한 기존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사고 이후 발표한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과 추가적인 주주가치 제고방안 이행을 주주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사명을 바꾸며 이미지 쇄신에 나선 현대차증권(대표 이용배)도 올해 배당규모를 큰 폭으로 늘리며 고배당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배당금 총액이 1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억 원 늘었는데 1주 당 배당금은 400원에서 450원으로 증가했고 시가배당률도 3.5%에서 5.1%로 1.6% 포인트 올라갔다. 그 결과 배당성향도 23.4%에서 26.1%로 2.7% 포인트 상승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만큼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교보증권(대표 김해준)도 지난해 배당성향이 전년 대비 1.5% 포인트 상승한 15.8%를 기록하며 배당을 늘렸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은 올해 배당금 총액이 1394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6억 원 늘었지만 순이익 상승분보다 적어 배당성향은 36.69%에서 32.13%로 4.56% 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여전히 30%가 넘는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했고 시가배당률도 주가하락의 영향을 받아 같은 기간 4.3%에서 4.5%로 0.2% 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아직 배당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주요 증권사들의 경우 전년 대비 배당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대형사들의 경우 이익 규모만큼이나마 고배당에 대한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는 하반기 주식거래량 감소와 트레이딩 수익 감소 영향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이 8.66% 감소한 4612억 원에 머물렀으나 '향후 3년 간 배당성향 25% 이상 유지한다'는 배당정책으로 인해 전년 대비 배당금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5월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향후 3년 간 최소 25% 배당성향 유지를 발표했고 주가 부양을 위해 지난해 보통주 800만주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실시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을 연이어 도입하고 있다.
업계에서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고 있는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과 대신증권(대표 나재철)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만큼 올해 고배당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일부 증권사의 올해 배당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안타증권(대표 서명석·황웨이청), 한화투자증권(대표 권희백),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 등이 주인공이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013년 '동양사태' 이후 대규모 적자와 이에 파생된 각종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배당 여력이 없었지만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한화투자증권 역시 수 년간 적자에 시달리다가 지난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724억 원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올해 금융투자업계가 증시 부진의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증권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