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앞둔 한솔홀딩스·한솔케미칼, 조동길·조동혁 형제 '지배력' 낮아 고민
2019-02-13 유성용 기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실상 한솔그룹을 이끌어 온 것으로 알려진 이인희 고문이 최근 별세함에 따라 조동혁, 조동길 형제간의 계열분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한솔홀딩스와 한솔케미칼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향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최대 과제로 지적된다.
한솔그룹은 지난 2015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계열사간 지분 관계가 대부분 정리됐다.
재계에서는 이인희 고문의 별세로 2세들의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솔케미칼이 한솔홀딩스 지분만 처분하게 되면 조동혁·조동길 형제간의 계열분리가 완성된다. 조동길 한솔홀딩스 회장도 한솔케미칼 지분을 지니고는 있지만 0.31%에 그쳐 영향력은 미미하다.
문제는 계열분리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더 낮아져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솔그룹은 한솔홀딩스와 한솔케미칼이 각각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너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한솔홀딩스는 20.4%, 한솔케미칼은 15.03%에 불과하다.
대표이사 교체 등 특별 결의사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33.3%를 초과하는 지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 모두 지배구조가 취약한 셈이다.
특히 한솔홀딩스와 한솔케미칼의 소액주주 보유 주식비율은 63.5%와 58.22%로 높다. 시장에서 오너 일가 지분율을 뛰어넘는 주식 매집이 가능하고, 소액주주의 주식 위임을 받아 의결권 행사도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주회사의 경우 사업회사에 비해 시가총액도 낮아 영향력을 높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주주권 행사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행보도 오너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일례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28.7%로 한솔보다 10%포인트가량 높지만 지난해 말 지분 9%를 취득한 KCGI가 경영참여를 선언해 오너 입장에서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진 적 있다.
오너 경영권이 확고하기로 유명한 제약 업계의 경우 지배구조 최상단 기업에 대한 오너일가 지분율은 50%에 이른다. 안국약품은 어준선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49.75%다. 제일약품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김홍국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0.82%로 과반을 넘는다.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이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을 96.99% 보유하며 막강한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솔그룹 지주사인 한솔홀딩스는 고 이인희 고문의 3남 조동길 회장이 최대주주이지만 지분율은 8.93%로 낮다. 조 회장은 이 고문의 지분 5.54%를 인수해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금마련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보유 현금이 넉넉지 않더라도 한솔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는 방법이 있다. 현재 조 회장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내역이 없다.
하지만 조 회장이 이 고문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더라도 현재 한솔홀딩스에 대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4%에 그친다. 향후 형인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이 계열분리에 나서면서 3.83%의 케미칼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한솔홀딩스의 오너 일가 지분율은 16%대로 낮아진다.
한솔케미칼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5.03%로 한솔홀딩스보다 더 낮다. 장남인 조동혁 회장은 지분율은 14.47%다.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한솔홀딩스 지분을 조동길 회장이나 제3자에게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한솔케미칼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한솔케미칼은 지난 2014년 그룹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한솔홀딩스가 보유하던 지분 3.19%를 처분함에 따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8%에서 15% 미만으로 낮아졌고, 16.11% 지분을 지닌 KB자산운용에 최대주주 지위를 내준 적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KB자산운용이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블록딜을 통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이나 대표이사 교체 등 주주총회 특별 결의사항에는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며 “오너 일가가 중요 결정사항에 있어 외부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우호지분 등 3분의 1을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해야 경영권이 안정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현재 계열분리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