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집으로 '배송완료'하고 "찾아가라"...택배 요지경

2019-06-10     손지형 기자
택배 물량이 많아지면서 엉뚱한 곳으로 배송되거나 '배송완료'를 허위로 처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분실, 파손 등의 피해를 겪게 되지만 택배회사들은 나몰라라 식 응대로 화를 키우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 결정 사례에 따르면 택배사는 운송 과정에서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그에 합당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운송 중 전부 또는 일부 멸실된 때는 '운임 환급' 및 운송장에 기재된 운송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손해액 지급'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배송기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피해보상을 하염없이 지연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택배사들은 "지속적으로 배송 기사에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같이했다.

◆ 지하주차장으로 던져둔 수하물, 이웃주민이 배송

경기도 용인시 동백동에 사는 양 모(남)씨는 지난달 온라인몰에서 어린이용 토끼 모자를 주문했다. 급하게 필요했던 제품이라 도착 예정일에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기사에게 문의했지만 이미 다녀갔다는 답을 받았다고. 택배 진행 상황 역시 '배송완료'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수하물은 집 앞이 아닌 지하주차장에서 발견돼 이웃주민이 가져다줬다.

양 씨는 "분실됐다면 택배 기사는 책임을 떠넘겼을 것"이라며 “수령인이 부재중일 경우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택배사도 있는데... ”라며 아쉬워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택배 기사의 실수로 오배송으로 확인될 경우 물품을 다시 찾아 배송을 하고 있으며, 이 과정 중 배송지연에 대한 보상을 원할 경우 택배표준약관에 의거 보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엉뚱한 곳으로 잘못 배송하고 오히려 수하물 위치 소비자에게 확인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윤 모(여)씨는 지난 4월 25일 온라인몰에서 털실을 구매했다. 며칠째 배송이 되지 않아 CJ대한통운 배송 조회를 해보니 '배송완료'로 확인됐다.

구매 업체 측으로 상황을 문의한 결과 410호가 아닌 401호로 잘못 배송된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그 과정에서 상품은 분실됐다. 판매자에게 배송중 분실로 신고하자 잠시 후 택배 기사로부터 황당한 연락이 왔다.

 '401호에서 (물건이)없대여?'라는 글이 수신됐다.
 
윤 씨는 "잘못 배송해 물건을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남의 집에 가서 수하물을 찾아 봤냐고 묻는데 기가 막혔다"며 분개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실수가 있을 수 있는데 소비자의 요구대로 수하물을 배송했다가 분실되는 경우도 많아 복합적인 상황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답했다.

택배 기사의 실수로 판명되면 사고와 함께 상품가액 배상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엉뚱한 빈집 담장 넘어 배송하고 배송기사 연결도 안돼

의정부시 신곡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4월 말경 할머니에게 드릴 찐빵을 구매했다. 택배 기사의 실수로 26길 93이 아닌 97 주소지 담장으로 물건을 던져놓고 간 사실을 알게 됐다.

거동이 불편한 김 씨의 할머니가 배송된 집으로 찾아 갔지만 마침 이사를 간 빈 집이라 문이 잠겨 물품을 확인할 수없었다.  택배 기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근로자의 날이라 고객센터마저 운영하지 않았다.

김 씨는 “택배 기사의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실수에 대한 결과가 사과가 아닌 무시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배송 기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수하물을 다시 회수해 제대로 전달했다"며 "직원은 서비스 교육을 다시 받도록 조치했으며 앞으로 오배송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 차원에서 시스템을 잘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손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