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압수수색 19번, 삼성이 범죄 집단인가?

2019-05-31     유성용 기자
19번. 지난해 2월 8일부터 최근까지 검찰이 삼성전자 수원본사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를  압수수색한  횟수다.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압수수색만 19번이지 보완수색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다. 압수수색 횟수만 놓고 보면 삼성이 가히 범죄 집단인 것처럼 비춰질 모양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비롯해 삼성에버랜드 공시지가 의혹,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의혹 등 검찰 뿐 아니라 정부부처, 정치권까지 삼성 계열사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물러나야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표적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수사를 통해 바로 잡고 벌을 내리는 게 이치다. 그러나 과연 이같은 무차별적 압수수색과 수사가 누구나 납득할만한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여전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가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합당하게 처리됐던 문제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참여연대 출신의 금감원장이 선임되면서 회계처리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에 대해 세 번이나 판단을 바꿨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의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콜옵션 권리를 숨기는 등 분식회계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려 모 회사였던 제일모직이 유리한 입장에서 합병했다며 수사를 진행 중인데 이 역시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10월 19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비율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문제없이 산정됐다고 이미 판결을 내린 사항이다.

기업의 가치 평가도 보는 시각에 따라 충분히 다를 수 있다.

2010년 창립한 쿠팡은 한 번도 적자에서 벗어난 적 없고 연간 적자 규모가 1조 원 이상인데도 기업가치는 1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쿠팡 기업가치에 대한 근거를 대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동의할 객관적 자료는 없다. 미래가치를 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우버도 최근 3년간 매년 3~4조 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기업가치는 110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최대 유통기업인 아마존 역시 창립하고 12년 동안 줄곧 적자를 냈지만 주가는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최근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 인사인 정현호 사장에 대한 소환과 영장 청구 가능성을 일찍부터 흘려 부정적인 여론 몰이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재계에서는 삼성을 적폐기업으로 정해놓고 표적 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며 술렁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물러나야 끝나는 거냐’는 반문도 나온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고용과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오너 경영이 이뤄지는 우리나라 대기업 특성상 오너 일가에 대한 무차별적 압박과 무분별한 수사는 기업 활동의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죄가 있다면 수사를 통해 처벌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 과정도 납득할만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27조 4항에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삼성을 이미 유죄로 추정하고 여론과 수사를 통해 단죄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견디다 못한 삼성전자가 ‘호소문’까지 내고 읍소할 정도다.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추측성 보도가 다수 게재되면서 아직 진실 규명의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단정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임직원과 회사는 물론이고, 투자자와 고객들도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내용을 출입기자들에게 보내왔다.

삼성에 대한 '유죄 추정'과 '단죄'는 국가 경제에도 도움 되는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가 우리나라 GDP의 13.2%에 해당한다. 법인세수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6.4%다. 상장사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약 16%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글로벌 시장에서 20%가량으로 1위다. 하지만 올 1분기 화웨이와 격차는 4%포인트대로 1년 전 10%포인트에서 크게 줄며 추격당하고 있다.

TV도 13년 연속 세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저가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막강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반도체도 슈퍼 사이클이 종료되면서 수익성이 뚝 떨어졌다. 이 모든 손실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