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 파기환송에 삼성 위기감 고조...업황부진‧대외악재 첩첩산중

2019-08-29     유성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9일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받음에 따라 삼성 그룹을 둘러싼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 측에 건넨 뇌물액과 횡령액이 2심 때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고 이로 인해 2심 때보다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액수가 50억 원을 넘으면 최소 징역 5년에서 무기징역 형을 받게 된다. 징역 3년 이상일 경우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다.

이 부회장이 2심 재판에 따라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삼성은 또다시 ‘불확실성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악재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이 부진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총수가 다시 재판에 발목을 잡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재판이 열린 29일에도 회사에 정상 출근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났지만 당장 이 부회장의 거취 변화는 없다. 다만 재판 준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일정 부분 경영 차질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삼성은 이 부회장 재판 등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전략을 가동하지 못했다.

글로벌 업계에서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기업 간 M&A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으나 삼성은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규모 인수합병(M&A) 역시 지난 2017년 초 인수한 미국 전장업체 하만이 마지막이다.

그간의 반도체 실적 호조로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지난해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올해 133조 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글로벌 AI센터 설립 등 굵직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미래 생존을 위한 획기적인 ‘성장엔진’을 찾은 것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받게 되면 삼성의 경영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2017년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 당시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경영위원회는 거의 열리지 못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와 관련된 그룹의 편법 승계 의혹 등도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계열사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미래를 위한 사업 구조조정은 당분간 기약하기 힘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9일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 결정 직후 이재용 부회장 재판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수년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은 당분간 사업장 방문 일정을 계속 이어갈 방침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이달 들어 6일 삼성전자 충남 온양·천안 사업장, 9일 평택 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에 이어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