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라고 사탕발림하더니...한전 특례요금 할인 폐지에 '부글부글'

2019-11-06     김국헌 기자

정부와 한국전력(대표 이종갑)이 전기요금 충전 요금과 관련해 엇박자를 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각종 혜택을 내세워 전기차 구매를 유도해 놓고 이제와 적자를 이유로 충전용 전기요금 부담을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불만이다.

한전은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맞춰  2017년 1월 1일부터 올해 말까지 3년간 전기차 '특례요금제'를 운영해왔다. 특례요금제는 전기차 충전기에 부과하는 기본요금 전액 면제, 사용요금 50%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은 충전기 종류에 따라 부과되는 '기본요금'과 사용량에 따라 부과되는 '사용요금(충전 전력 요금)'으로 나뉜다. 

이 특례제도가 오는 12월 말로 종료될 예정이지만 충전 할인 혜택 연장과 관련해 정부와 한전간  논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전국에 가장 많이 보급된 완속충전기(7킬로와트시급)와 급속충전기(50킬로와트시급) 기본요금은 각각 월 1만6660원, 11만9000원이다. 사용요금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킬로와트시(kWh)당 52.5~244.1원이다. 특례요금을 폐지하면 요금이 현재의 2~3배 수준으로 뛸 수 있다.

예를 들어 휘발유 차를 모는 소비자가 매달 20만 원 정도의 유지비가 든다고 가정하면 전기차의 경우 충전비로 한 달에 2만 원 가량만 든다. 기본요금 면제와 사용량에 따른 요금 할인제도 때문이다. 그러나 특례혜택이 사라지면 4만 원에서 6만 원 가량으로 늘어나고 사용량이 많을수록 유지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한전이 각종 한시 특례할인 제도를 모두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종갑 사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기요금 특례 할인을 폐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한전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특례할인 제도를 지목했다.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와 하계 누진제 할인을 포함해 주택용 절전 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신재생에너지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전통시장·도축장·미곡처리장 할인 등으로 지난해 한진이 부담한 비용만 총 1조1434억 원에 달한다. 한전은 전기차 충전요금을 인상하는 게 아니라 특례요금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한전과 협의한 바가 없다"고 밝히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 사장의 발언 직후인 30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정부와 한전이 전기요금 개편을 사전 협의한 적이 없고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제도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과 협의해야겠지만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은 연장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 연장 합의돼도 단기로 끝날 가능성 높아..."적자 부담 소비자에게 전가" 불만 와글와글

그동안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전면에 걸고 전기요금 면제, 세금 혜택, 차량 구매 시 지원금 등 빵빵한 혜택을 제공해왔다. 올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받는 혜택이 최대 2210만 원에 이른다. 전기 승용차의 구매 보조금으로  최대 1400만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기차 구매 시 각종 세제혜택이 최대 530만 원이다. 개인용 충전기 구매보조금 130만 원 지원 및 전기차를 구매하면서 내연기관 폐차 및 수출말소 시 150만 원 추가 지원, 전기차 충전요금 면제 및 할인 등이 제공됐다.

이런 혜택으로 전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7만대를 넘어섰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7만2814대이며 내년 상반기 무렵에는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충전 할인 제도는 전기차 구매 시 중요 선택 요소 중 하나다. 당장 내년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제도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2~3배 급증한 전기료 탓에 소비자들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한전공대 설립과 탈원전 이슈에다 올해 2조 원 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혜택 폐지에 대한 한전의 입장은 강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와의 갈등 끝에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제도를 연장하더라도 2~3년이 아닌 1년 등 단기로 끝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이 끝나면 전기요금 인상안 중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폐지가 본격 논의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전기차 구매자들은 온갖 혜택을 주며 전기차를 사라고 등을 떠밀어 놓고 충전요금 할인 폐지 등 혜택을 없애는 것은 소비자 우롱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지난달 29일 한 전기차 관련 인터넷 까페에서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을 폐지하겠다는 한전 소식을 접한 회원들이 이모티콘으로 기분을 표현하고 있다.

rnrwls***를 대화명으로 쓰는 A씨는 "전기차 사는데 가장 고민 되는 부분이 전기충전 요금이었고 이를 할인해 주는 제도가 있어서 전기차를 구매했는데 이제 와서 없애자는 얘기가 나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성동구T***를 대화명으로 쓰는 B씨는 "한전은 적자를 내면서도 성과급은 몇억 씩 받아가던데 아이러니하다"고 비판했다.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제도 폐지유무에 따라 자칫 친환경차 보급 확대기조에 급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이정주 회장은 "전기차 보급에 정부가 열을 올려왔는데 충전요금 할인제도를 폐지하면 구매자 이탈현상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며 "하지만 한전 적자를 보면 이를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정부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