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회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54만주 재단 증여...편법 없는 '순수 기부' 눈길

2019-11-26     유성용 기자

서경배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 설립 후 사재를 털어 사회공헌활동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회장은 2016년 서경배과학재단(이사장 서경배)을 설립한 이후 목적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연례행사처럼 매년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를 증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경배 회장은 서경배과학재단 설립 후 지금까지 총 4번에 걸쳐 53만9000주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를 증여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우선주 121만1500주 중 44.5% 규모를 증여한 것이다. 25일 종가 기준으로 누적 증여 주식가치는 166억 원에 달한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아 기업지배구조와 무관한 지분이다. 대신 기업이 배당하거나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 배분 등에서 우선적 지위를 가진다. 재벌기업 총수 일가가 보유 지분을 재단에 넘겨 의결권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편법승계에 악용하는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3년간 주당 315원~465원의 우선주 배당을 실시했다. 보통주보다 매년 5원 더 배당했다.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53.9%를 보유하며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대표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지분도 10.7% 지녔다. 이와 별개로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를 10.2% 갖고 있다.

서 회장의 보유 주식가치는 4조6471억 원이다. 서경배과학재단에 증여한 우선주 규모는 서 회장이 지닌 주식가치에 비하면 0.4%에 그친다.

하지만 그룹 총수가 개인자금으로 만든 기초과학재단은 서경배과학재단이 국내에서 처음이고, 운영을 위해 주식을 잇달아 증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 회장의 사재 출연은 아직 진행형이다.


서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경배과학재단에 2016년 10월 4만주, 2017년 9월 1만5000주, 2018년은 1월과 12월 각각 10만주, 8만4000주를 증여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 7월 가장 큰 규모인 30만주를 재단에 넘겼다.

서경배과학재단은 공익목적사업을 위한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서 회장이 증여한 주식을 수시로 장내매도 하고 있다. 재단은 외부로부터 기부금은 받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만 지금까지 131회의 장내매도를 실시했다. 지난해 장내매도 횟수도 131회에 이른다. 장내매도로 재단의 보유 주식수가 감소해 바닥을 드러낼 때쯤 되면 서 회장은 우선주 증여에 나섰다.

4년여 동안의 증여로 서 회장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 지분율은 13.3%에서 10.2%로 낮아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경배 회장은 과학이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매우 중요한 학문으로 인식하고 개인 차원에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오랫동안 고민했고 사재 출연 결심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서경배과학재단은 서 회장의 출연 주식 매각으로 재원을 확보하며, 90% 이상을 신진과학자 연구지원이란 단일 목적사업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재단과 관련해 “노벨과학상을 받는 한국인 과학자가 나오기까지 20년, 30년이 걸리더라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출연금을 1조 원으로 키울 계획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 경영자인 서 회장이 사재를 털어 사회공헌에 나서는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A MORE Beautiful World’라는 비전 아래 여성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2000년 유방 건강 비영리 공익재단 한국유방건강재단을 설립하고 유방암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알리는 러닝 페스티벌 핑크런과 자가 검진 교육 프로그램 핑크투어 등 ‘핑크리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08년부터는 암으로 변한 외모를 환자 스스로가 가꾸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2003년부터는 한 부모 여성의 자립을 위한 창업 프로젝트 ‘희망가게’도 실시하고 있다. 2004년 1호점 개점 후 지난해까지 음식, 미용,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에서 366개점이 오픈됐다. 희망가게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창업자 서성환 회장의 가족들이 여성과 아동복지 지원에 힘쓴 창업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기금으로 운영된다.

이 외에도 서구 중심의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으로부터 전환해 아시아 지역에 공존하는 역사적이며 사회적 구성물로서의 ‘美’에 주목하는 활동을 펼치는 아모레퍼시픽재단(1973년 설립)과 취약계층 여성의 환경개선 활동에 힘쓰는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1982년 설립)이 여성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을 0.52%, 1.72% 보유하고 있다. 우선주도 0.66%와 0.32% 지녔다. 다만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1.96%로 높아 오너 일가가 재단을 활용해 지배력을 높인다는 비판과는 거리가 멀다.

브랜드를 통해 잊혀가거나 소외된 문화의 가치를 발굴하고 대중과 공유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 설화수는 2006년부터 전통과 현대의 조화와 세대간의 공감, 교류를 이글어 내는 ‘설화문화전’을 진행하고 있다. 토탈 헤어 코스메틱 브랜드 미쟝센은 2002년부터 단편영화제를 지속 후원하며 능력 있는 신인 감독 발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인류 공헌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과 사회적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며 진정한 의미의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나수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