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명가' 한투·삼성·대신증권도 점포 축소 나섰다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 시즌에 접어들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리테일 점포 축소에 나서고 있다.
특히 리테일 영업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영업망을 축소하지 않던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이 뒤늦게 점포 축소에 가세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한국투자·삼성·대신證 전통 리테일 명가 지점 연달아 줄여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은 내년 1월 초까지 신규 점포 1곳을 출점하는 대신 기존 점포 8곳을 인근 점포와 통폐합시키는 점포망 조정에 들어간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초 단행했던 조정 이후 약 3년 만에 지점을 대거 줄이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경쟁사들의 점포 효율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지점을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았고 오히려 법인 및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지점을 소폭 늘려 대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정책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다.
삼성증권(대표 장석훈)도 이 달 31일자로 1개 WM지점과 4개 WM브랜치를 인근 점포와 통폐합된다. 특히 목포WM 브랜치가 광주 WM지점으로, 춘천 WM브랜치가 원주 WM지점으로 이관되는 상대적으로 원거리 통폐합도 포함돼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2016년 말 초대형점포인 '금융센터'를 주요 거점에 런칭하면서 인근 점포를 흡수한 이후 3년 만의 지점 재조정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정확하게는 재조정인데 지점들이 있는 지역의 상권과 특성 변화에 따라 재조정을 실시하게 되는 것"이라며 "인력도 그대로 모두 더해지고 이관되는 지점 공간이 오히려 확대되는 등 인위적 축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신증권(대표 나재철)은 올해 하반기 점포 3곳을 줄였다. 지난 달 중순 이촌동 지점이 반포WM센터로 통합된데 이어 이달 27일부로 송탄지점이 오산지점으로, 양재동 지점이 강남센터지점으로 통합된다.
이 중 송탄지점을 제외하면 반경 5km 이내 인접한 지점 간의 통합으로 특히 지난 달 폐점한 이촌동 지점의 경우 인근 지역에 나인원한남센터가 신규 출점이 예정돼있어 중복 출점으로 인한 점포 효율화 차원의 폐점으로 인위적 폐점은 아니라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다만 송탄지점의 경우 노조 측에서 구조조정의 일환이자 영업추진비 편취사고 내부제보자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점포 축소는 내점 고객 감소· 지점 서비스 강화로 이어져
이처럼 리테일 고객 층이 두터운 대형 증권사들의 연이은 점포 통폐합 작업은 모바일 채널 강화에 따른 내점 방문 고객 감소와 더불어 지점 고객들의 성향 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결과로 보고 있다.
인접 지역 점포의 경우 효율화 차원에서 일부 통폐합을 실시하면서 기존 점포의 전문성을 강화시켜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애매한 점포를 줄이는 대신 거점 점포의 역할과 서비스 범위를 넓혀 지점 수요가 있는 고객들에게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수도권 일부 지점에서만 제공하던 초고액 자산가 특화 서비스(SNI)를 올해 3월부터 전국 지점으로 확대시키고 이들에게 세무, 부동산, 금융투자관련 토탈서비스를 제공해 초고액자산가 고객이 급증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
대신증권도 최근 조직개편에서 프라이빗라운지 부문을 신설해 초고액자산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내년 2월에는 프라이빗라운지 첫 번째 점포인 '나인원프라이빗라운지'가 출점해 초고액자산가에 대한 세무, 부동산 등 토탈서비스를 제공해 밀착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업점 니즈가 강한 고객의 경우 단순 금융투자상품 거래 뿐만 아니라 세무나 부동산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받기 원하는 경우가 많아 주요 지점별로 인력을 오히려 대거 확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애매한 점포를 줄이는 대신 거점 점포를 대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점포 축소가 곧 영업력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