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한 뒤 피부 따갑고 트러블 알고 보니…

2007-10-25     뉴스관리자
가을 바람이 제법 차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붐비는 곳 중 하나가 미용실인데 갈색이나 블루블랙 등 염색을 통해 분위기를 확 바꿔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한 번이라도 탈색이나 염색을 해본 사람들은 눈과 두피가 따갑고 불쾌한 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 경험이 있으며 부작용으로 병원 신세까지 진 사례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홍모(여)씨는 지난 1월17일 단골미용실에서 염색을 한 뒤 밤새 머리가 가렵고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부은데다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 병원을 찾은 결과 '염색 부작용'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홍씨는 억울한 마음에 미용실에 찾아갔지만 염색약 포장지에는 성분은 물론 제조업체조차 표시돼 있지 않았고 미용사는 '재료상에서 판매한 제품'이라며 책임을 미뤄 한국소비자 보호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임모(여)씨도 지난달 말 미용실에서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두피 전체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가려운데다 진물까지 흘러 피부과에 갔더니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아 일주일 동안 고생을 했다.

   임씨는 "미용사가 염색하기 전 피부테스트만 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미용실에서는 저더러 특이체질이라며 책임을 못 지겠다고 발뺌하네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도대체 염색약에 무엇이 들어있기에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25일 서경대 미용예술학과 조진아 교수(보건학 박사)에게 물어봤다.

   염색약은 염색성분에 따라 식물성, 금속성, 식물 금속 혼합성, 유기합성 염색제로 구분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 주로 시판되는 염색제는 유기합성 염색제(산화형 염색제)이다.

   보통 염색을 할 때 두 가지 약을 섞어 머리카락에 바르는데 그 중 하나는 암모니아에 원하는 색상의 염료를 혼합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과산화수소이다.

   암모니아는 머리카락의 겉표면을 부풀려 염료와 과산화수소가 속으로 잘 스며들게 하고 과산화수소가 머리카락 속의 멜라닌 색소를 파괴해 하얗게 탈색시키고 나면 염료가 멜라닌이 파괴된 자리를 메워 색을 낸다.

   화학 염색약에는 18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는데 상당수가 유전자 변이물질이거나 발암물질이며 실제 영국에서는 미용사의 암 발생률이 높다는 조사결과 발표됐다.

   2001년 미국에서는 염색약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여성의 방광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염색약에 들어있는 물질 중 파라페닐렌디아민(검은색)은 염색시 머리, 이마, 목 등의 피부염과 결막부종, 안구돌출과 같은 부작용을, 파라아미노페놀(붉은색, 갈색)은 피부민감증과 알레르기를, 과붕산나트륨은 탈모증과 부종을 일으킬 수 있고 모노에탄올아민은 피부와 눈, 호흡기에 자극을 준다.

   조진아 교수는 "염색약은 다양한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는데 미용사나 일반 소비자들은 내용물질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유해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법적 허용 농도 이내의 화학물질이더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건강상 장애를 일으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최지호 교수도 "염색약을 사용했을 때 몹시 가렵거나 붉은색 발진이 나타나는 등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며 "다른 종류의 염색약으로 바꿔도 마찬가지 반응이 나타난다면 염색약을 사용하지 않는 게 낫고 증상이 계속되면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여성환경연대가 제안하는 '체크 리스트'이다.

   ▲ 염색 전 약을 피부에 먼저 발라보는 '패치 테스트'를 할 것.

   ▲ 임산부나 어린이는 가능한 염색을 하지 말 것.

   ▲ 두피에는 염색약을 바르지 말고 집에서는 창문을 열고 염색할 것.

   ▲ 적어도 두 달 이상의 기간을 두고 재염색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