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묘희' 스님 댄스가수로 데뷔

2007-10-27     뉴스관리자

비구니가 댄스가요 음반을 들고 대중 앞에 선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태고종 사찰인 덕수암 주지 혜향스님은 내달 17일 옥천문화원(관성회관)에서 데뷔 콘서트를 연다.

   혜향스님은 지난 20여년간 법명으로 불리던 '묘희'라는 이름으로 이달 말 데뷔음반을 내고 대중가수로 활동할 예정이다.

   열 살 나던 해 어머니를 따라 사찰 생활을 시작한 뒤 4년 만에 정식 승려가 된 그녀는 일찌감치 노래에 소질을 보여 가수 나훈아 팬클럽인 '나훈아 세상' 멤버로 활동하며 탄탄한 노래실력을 쌓았다.

   충주 해동불교대학 범패과에서 바라춤을 배워 안무능력까지 겸비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불교행사장 등을 찾아다니며 노래와 바라춤을 공연했다.

   "비구니가 무슨 노래냐"며 무대에 서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어머니 때문에 일찌기 가수의 꿈은 펴지 못했지만 혜향스님은 숨겨진 '끼'를 억제하지 못하고 각종 봉사단체활동을 통해 노래봉사에 나섰다.

   태고종에서는 머리를 깎지 않고도 승려생활을 할 수 있어 혜향스님은 큰 불편 없이 속세와 어울리며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몇 해 전에는 승려 신분을 속인 채 모 방송국 노래자랑에 깜짝 출전해 최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봉사활동 중 만난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김충환 씨로부터 "아까운 실력을 더 이상 썩히지 말라"는 권유를 받고 음반제작을 결심한 혜향스님은 주변의 상식을 깨고 댄스곡 '누가 뭐래도'를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섰다.

   음반에 수록된 6곡 중 3곡이 경쾌한 리듬의 댄스곡이다.

   빠른 템포의 노래인 만큼 첫 콘서트 무대에는 어깨가 훤히 드러난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나설 예정이다.

   혜향스님은 "큰 스님들께서 제 모습을 보면 '저 아이가 왜 저러나' 하시겠지만 대중음악도 엄연한 수행"이라며 "비구니가 무대에 올라 경쾌한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노래하는 것도 포교의 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그동안 승려 가수는 불교색체가 강한 발라드곡을 부르는 정도였는 데 기왕 가수로 활동한다면 제대로 멋내고 싶다"며 "비구니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신인가수 '묘희'로서 냉정하게 실력을 평가해 달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