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은 '장고' 중?..이틀째 자택서 칩거

2007-10-30     뉴스관리자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고(長考)가 예상보다 길어질 듯하다.

   이 전 총재는 전날에 이어 30일도 오래 전 잡힌 점심 약속 참석차 잠시 외출하는 것 외에는 서빙고동 자택에서 '칩거'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원로급 인사를 포함해 면담을 요청한 5~6명의 자택 방문도 완곡하게 물리쳤다는 후문이다.

   대선 출마설이 언론에 불거진 지 10여 일 만에 이 전 총재의 거취가 대선 정국 최대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따라나왔지만, 이 전 총재측은 '언론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며 이 전 총재의 결단이 쉽사리 나오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 측근은 "이번 주에는 언론에 얘깃거리가 될 만한 일은 없다는 것을 장담한다"고 잘라 말했고, 또 다른 측근은 "출마 여부 결정은 이 전 총재가 정치 일생을 거는 일인 만큼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이 전 총재의 숙고가 길어지는 데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온다. 우선 신당이 'BBK 문제'를 거론하며 이명박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고, 이 부분이 보수진영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핵심 사안인 만큼 'BBK 상황'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 지를 좀 더 지켜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다.

   또 전날 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시 지지율이 13.7%로 나온 만큼 우호적 여론이 좀 더 성숙하기를 기다리며 명분을 쌓으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있다.

   한 측근이 "이 전 총재는 자기 스스로 대선에 나가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아니다. 다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원하면 모를까.."라며 "그런 면에서 장고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밖에 선거기간 이명박 후보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하고 이 경우 현행 선거법상 다른 후보가 등록할 수 없어 자칫 정권교체가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보수진영 복수 후보'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는 설(說)에 따른다면, 정기국회 기간 선거법 개정 작업의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는 "결단 내용에 대한 파급 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 전망하듯 금명간 결정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가 최근 자택을 찾은 한나라당의 한 의원에게 '此一時 彼一時'(지금은 지금이고 그 때는 그 때)라는 '선문답'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점도 장고가 길어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대통합민주신당 일각에서는 '이회창 출마설'이 향후 '李-李(이명박-이회창) 단일화' 이벤트를 통해 BBK 논란으로 하락한 이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전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어 '昌風'(창풍.이회창 출마설로 인한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이 특보는 "이 전 총재는 항상 정도를 걸어왔기 때문에 그런 사술이나 야합, 야바위 같은 행태를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 주장은 음해일 수도 있고 전형적인 '여권식 사고'일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