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브런치' 맛에 빠진 한국인
2007-10-30 뉴스관리자
주말을 맞아 이태원의 한 브런치 식당을 찾은 한모(29ㆍ여)씨.
친구들과 함께 브런치 식당을 찾은 그녀는 최근 한국에 불고 있는 브런치 유행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요즘 여성은 물론 남성, 연인, 아이와 함께 온 가족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한 3대 가족까지 브런치 식당 앞에서 줄을 서서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30일 소개했다.
신문은 브런치 문화의 등장이 공부나 일로 외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브런치 도입의 '일등 공신'은 최근 도입된 주 5일제 근무.
신문은 지난 수십여 년 간 일과 돈의 가치를 강조, 이례적인 경제 부흥을 달성한 한국이 2004년부터 주5일제 근무를 실시하면서 사람들이 주말에 여유로운 브런치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주5일제는 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까지 실시되고 있으며 2011년에는 2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과거와는 달리 주말에 시간이 생기자 젊은층은 평소 즐겨보던 미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뉴요커들의 생활방식을 답습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들처럼 브런치를 먹으며 담소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불과 10년 전 단 한 곳도 없던 브런치 식당은 현재 200여 개가 성업 중이다. 일부 식당의 경우 며칠 전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일인당 평균 2만5천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을 감안할 때 놀랄만한 수준이다.
회사 동료와 브런치 식당을 찾은 외국계 은행원 서모(29)씨는 "주5일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퇴근 이후 밖에 없다 보니 밤늦게까지 술 마시느라 힘들었다"면서 "늦은 아침 시간에 가정식 요리를 먹으며 여유를 즐기는 브런치가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런치가 미혼의 젊은층만 향유하는 문화는 아니다.
서씨와 함께 온 최모(30ㆍ여)씨는 브런치를 좋아하는 다른 이유를 들었다. 그녀는 "요리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주말에 시부모님과 함께 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말 아침에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기혼여성들도 브런치 문화에 동참하고 있다.
딸들이 엄마들을 모시고 브런치 식당에 나오는가 하면, 부인들은 남편을 설득해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있다.
계란과 베이컨, 팬케이크, 토스트 위주의 브런치가 이처럼 활성화 된 것은 외국에 여행할 때 조차 김치를 챙기는 한국인들의 입맛을 감안할 때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인이 모두 브런치 문화에 즐기는 것은 아니라고 신문은 전했다.
아내와 딸과 함께 이태원의 브런치 식당을 찾은 한 남성은 "음식을 하나씩 준비하는 모양"이라며 "바빠서 빨리 먹고 나가봐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