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얼렁뚱땅 가입하면 '화'부른다

약관 대충 설명· 대필 사인… 문제 발생하면 '몰라'

2007-11-05     백상진 기자

보험사가 보험에 가입할 때는 대충, 문제가 생기면 '나몰라라'해 소비자들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설계사가 의무계약기간, 특성, 사업비, 약관 등 보험 상품의 핵심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과장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설계사가 보험 계약서에 대필 사인을 하거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엉뚱한 상품에 가입시키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보험 가입이 대부분 친분이 있거나 아는 설계사를 통해 '안면'으로 이뤄지고, 보험 상품의 내용과 약관 등이 복잡해 소비자가 자세히 알기 어렵다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사와 설계사는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녹취파일 등을 요구해도 구하기 힘들고, 여기저기 민원을 넣어도 잘 처리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보험 피해를 줄이려면 설계사의 말을 무조건 믿지 말고 소비자 스스로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할 경우 사업비 등 공제 규모를 보험회사에 확인하고, 보험설계사의 상품설명이 미심쩍을 경우 서면으로 확인서를 받아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약관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 보험설계사의 설명과 차이가 없는지 확인하고, 단기간에 원금이 보장된다는 약속 등 을 그대로 믿지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례1=소비자 최 모(여·30·경북 포항시 북구 항구동) 씨는 15개월 전 결혼을 5개월 앞두고 친분이 있는 동생(외국계 M생명 설계사)의 부탁으로 변액유니버셜 상품을 하나 들었다.

 

계약 당시 설계사로부터 사업비, 2년 의무계약기간 등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 단지 보험회사가 증권사처럼 펀드식으로 운영하는 상품이고, 원금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얘기했다.

 

또 결혼을 앞둔 상태라 언제 찾더라도 큰 손실이 없다는 설명을 듣고 상품을 계약했다.

 

현재 원금 450만원에 수익을 합쳐 530만원인데, 해약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50만원이라고 한다.

 

너무 황당해 M생명 포항지점에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당당 설계사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인정, 경위서와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보름 이상을 기다려 1일 본사 민원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약관에 다 적혀있다고 했다. 원금 환급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뒤로는 연락이 없는 상태다.

 

최 씨는 “설계당시 설명을 잘못한 책임은 어디갔고 고객을 완전 사기꾼 취급한다”며 “임신중인데 불안감과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1일 본보에 하소연했다.

 

#사례2=주부 김 모 씨는 지난 7월 운전면허를 처음 취득해 차량을 구입하고 L화재 보험에 들었다. 설계사가 보험 설계를 해서 계약서를 가지고 왔고, 김 씨의 남편이 설계사를 믿고 사인했다.

 

그 후 보험증서를 아무리 봐도 이것저것 빠져있는 것같아 다시 계약서를 만들어오라고 했고, 이 와중에 성질 급한 김 씨의 남편이 설계사에게 언성을 높였다.

 

보험 대리점에서 다른 설계사에게 넘겨주겠다고 해서 재차 요구를 하지 않고 잘 해주리라 믿고 차량을 그냥 타고 다녔다.

 

문제는 사고가 난 뒤 발생했다. 보험은 처음과 별 차이가 없었고, 자차보험에 들어있지 않아 보험처리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설계사에게 전화하고 만나서 물어보니 대인, 대물, 자손, 무보험차상해 등만 들어달라고 했고 자차는 빼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운전면허 취득한지 하룻만에 차를 끌고 나가면서 자차를 빼달라고 할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며 “다른 보험 회사에서도 견적을 넣다가 설계사 아줌마가 제일 싸고 친절하다고 해서 들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자 나몰라라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사례3=소비자 김 모 씨는 외국계 A보험사의 실버보험을 부모, 장모, 장인 4분에게 가입시켰다. 매달 10만원 이상의 돈이 10개월 정도 빠져나가고 있다.

 

장모가 백내장 수술을 하셔서 보험청구를 하려고 보니 모든 질병이 다 된다던 상담과는 달리 입원비만 보장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녹취기록을 청취하게 되었다.

 

유선 상으로 2시간 동안 상담내용을 듣고 설명 부족에 대해 이야기하니 실장이라는 사람이 “어떠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원본파일을 요구하니 녹취파일 확인서 작성을 요청했다. 녹취파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모든 책임이 본인에게 있음을 확답받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이 보험은 주로 통신판매로 이워지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많고 특히 약관을 상세하게 설명받을 수 없게 되어있는 이기적인 상품”이라고 꼬집었다.

 

#사례4=소비자 노 모 씨의 아버지는 우연히 H화재 설계사를 만나 기 가입된 L보험보다 보장 금액도 크다며 가입을 권유하길래 지난 6월 이 보험사의 실버보험에 들었다. 설계사는 가입 즉시 어떠한 상해사고도 모두 보장이 된다고 장담했다.

 

6월 11일 노 씨의 아버지는 약수터에서 다쳐 정형외과에서 3달간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나마 보험이 있어 다행이다 싶어 한시름 놓았는데, 7월 18일쯤 모든 서류를 보내도 깜깜 무소식이었다. L보험사는 즉각적으로 처리를 해주었지만 H보험사는 이런 저런 서류를 찾으면 시간을 끌었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며칠 되지않아 부장이라는 사람의 전화가 왔다. “죄송하다. 즉각 처리하겠다”며 민원취하를 부탁했다.

 

정말 기가 막힌 것은 그 다음이었다. 아버지의 사고는 상해였는데 평소에 질병이 있었는지, 이사 오기전 어디에 살았는지, 건강검진을 받았는지를 조사하고 심지어 사고현장을 사진촬영까지 하겠다고 했다.

 

노 씨는 “단순 상해만 300만원 정도로 보상되는 보험이 무슨 살인사건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며 “연세 드신 분들이 보험회사의 횡포에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소비자원에 고발글을 올렸다.

 

#사례5=소비자 신 모 씨는 2년 전 만났던 또 다른 H화재 설계사가 실적 넣는다고 적금 하나 하라고 해서 내용도 모른체 보험에 가입했다. 자필 서명도 그 설계사가 했다.

 

그런에 나중에 알고보니 가입한 상품은 적금이 아니고 종합보험이었다. 그래도 50만원씩 9번을 넣은 거라서 해지를 안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결국 실효를 시키고 말았다.

 

당시 설계사에게 적금도 아니고 자필서명도 안해 여태껏 낸 보험료를 돌려달라고 보험회사에 전화한다고 하니까 “자기가 잘릴 지도 모른다”며 만류했다.

 

그래도 450만원이란 돈이 너무 아깝고 억울해 보험사에 전화했다. 보험사는 낸 보험료를 모두 돌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신 씨는 “필적 조회도 했고, 설계사가 자기맘대로 사인했다고 인정도 했는데 보험사가 돈을 안주려고 시간만 끌며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