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막바지,막바지, 또 막바지 고민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전총재는 지난 2일 "지방의 친척집에 간다"며 자택을 떠난 뒤 서울에서 2시간여 거리인 경기도 모처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5일에는 귀경해 6일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고심이 길어지면서 빨라야 6일에야 서울로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전해다.
한나라당과 보수층 안팎의 팽팽한 출마 찬반 논란 속에서 자신의 최종 입장 정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귀뜀이다.
이 전 총재를 수행하고 있는 이채관 수행부장은 "이 전 총재가 계속 시름이 깊다"면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 마무리돼야 귀경할텐데 지금 약 절반 정도 완성됐다. 오늘 내일 될 일은 아니다"라며 "귀경 시기는 이르면 내일이지만 수요일, 목요일이 될 수도 있다"며 귀경 시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흥주 특보는 "이 전 총재가 최종 결단하게 되면 입장 발표까지는 하루 정도 시한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입장 발표는 빨라야 7일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고의 시간이 길어지는 데 대해 측근들은 이 전 총재가 직접 작성 중인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 담을 내용에 대한 고민을 거듭 중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에 대해 보수세력이 불안해 하는 만큼 이 전 총재가 무소속 출마 이후 우파대연합을 통해 `좌파정권 3기' 집권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특보는 "이회창이 왜 저렇게 나섰는가를 국민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말씀이 주가 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수우파가 갈라져 (대선 승리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게 그 분의 기본적 살신성인의 입장"이라고 말하고, `살신성인'이 이명박 후보와의 단일화를 전제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 전 총재가 밝히는 내용에 다 포함되지 않겠나. 보수세력이 분열돼 (대선을) 망치자고 나올 분이 아니다"라면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 특보는 다만 장고가 길어지며 `불출마' 관측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 거다. 좌고우면 하고 그럴 분은 아니다"라며 출마를 사실상 기정 사실화했다.
그는 앞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는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한다면 방법은 신당 창당, 다른 당 후보로 나서는 일 그리고 무소속 출마 등 3가지 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신당 창당은 시간상 버겁고 다른 당에 업혀서 가는 것은 총재 이미지와 맞지 않는 만큼 출마한다면 무소속 출마가 유일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 특보는 이어 국민중심당 등과의 연대 가능성과 관련, "어느 한 쪽을 배제하는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포용, 화합하는 덧셈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특보는 이 후보측 핵심인사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전날 밤 자택에서 이 전 총재를 기다린 데 대해 "이 전 총재에게 부담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 아니냐"며 `유감'을 표명하고, `입장 표명 전 이 후보와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 만날 이유는 없지만, 시기를 예상할 수는 없다"며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그는 이 후보측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을 거품이라고 `평가 절하'한 데 대해서도 "남의 지지율만 거품이고, 내 것은 거품이 아니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면서 불쾌감을 피력했다.
출마시 당 화합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선 이후 이 후보측에 틈날 때마다 인편을 보내 당 화합을 강조했지만 잘 안돼 많은 염려를 하고 있다"면서 "이 전 총재가 엎드려있으면 당의 화합이 되나. 이 전 총재가 당의 화합을 깬 건 아니지 않느냐"며 이 후보측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재 자택 앞에서 `이회창 대선 불출마'를 촉구하며 지난 3일부터 단식 농성 중인 `민주연대 21' 소속 회원들과 이 전 총재 출마 지지자들 10여명이 이날 오후 2시40분께 자택 앞에서 충돌, 10여분간 언쟁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였다. 한 지지자는 미리 준비해 간 종이에 `좌파정부 종식'이라는 혈서를 쓰기도 했다.
또 중구 남대문로 사무실에는 이 전 총재의 출마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전 총재 지지자들이 끊임없이 밀려든 가운데, 대전.충남.충북 한나라당 당직자 대표 3명이 찾아와 이 전 총재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 후보 외곽 지지모임인 `MB연대'측은 이날 저녁 이 전 총재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하는 촛불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 전 총재가 전날 밤 서울로 들어와 모처에서 최종 입장을 정리 중이라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이채관 수행부장은 "허무맹랑한 소리다. 이 전 총재는 처음 내려간 지방 모처에 그대로 계신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