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교회도 못가요"..10대 소녀의 슬픈 유서
2007-11-09 뉴스관리자
필리핀에서 가난을 비관한 11살 소녀가 8일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 소녀가 남긴 유서 내용이 이날 TV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되면서 필리핀 사회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유서에는 '자전거와 가방, 새로운 신발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에 가고 싶다', '부모님이 취업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한 장 분량의 마리아네트 암페르 양의 이 유서는 베개 밑에서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그녀의 일기장에도 "돈이 없어서 교회에도 못간다", "아빠가 아파서 엄마와 내가 옷을 세탁해 돈을 벌어야한다" 등 가난을 한탄하는 표현들이 있었다.
자살 전날에도 암페르 양은 학교 과제때문에 2달러가 필요하다고 아버지에게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소녀의 아버지인 이사벨로 암페르 씨는 "우리의 상황때문에 아마 딸아이가 자살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암페르 양의 아버지는 지난 수개월 간 일을 하지 못했으며 그의 아내는 국수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작 하루 1달러도 안되는 돈을 벌었기 때문. 그녀의 자살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분노한 시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였으며 당국도 자살경위에 대한 조사및 지원 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한편 암페르 양이 자살한 8일,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비즈니스 포럼에 참가해 "경제 성장 덕택에 서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필리핀의 유력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 중 900만이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들 중 다수가 지난 3개월간 매우 가혹한 가난을 경험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