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이건희 회장 비교분석 재계 화제

2007-11-18     뉴스관리자

 

삼성그룹이 19일 창업자인 故(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20주기를 맞는 가운데 고 이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비교 분석이 재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을 한국의 최고기업으로 성장시킨 '창업자' 이병철 회장과 삼성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시킨 '수성자' 이건희 회장의 비교는 삼성의 성공 비결과 궤적을 보여주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두 사람이 부자지간으로서, 국내 최고 기업을 이끄는 총수로서 경영에 남다른 열정과 집념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큰강'(大河)에, 이건희 회장은 '바다'(大洋)에 비유되는 등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병철 회장은 스케일이 크면서도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강과 같은 반면 이건희 회장은 스케일이 클 뿐 아니라 구상의 방향이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병철 회장의 경우 술도 마시고 대인관계가 활발했던 반면 이건희 회장은 포도주 외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고 대외 활동이 거의 없어 '은둔의 경영자'로 통한다.

   ◇ '신상필벌'과 '신상필상' = 이병철 회장이 일의 성과와 결과를 우선했다면 이건희 회장은 성과뿐 아니라 과정도 중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이병철 회장은 엄격한 관리와 감사를 중요시하고 신상필벌의 원칙으로 사내에 비리와 부정이 발붙일 여지를 없앴다면 이건희 회장은 감사에 대해서는 경영진단이라는 기능성을 강조한다.

   이건희 회장은 업무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중시해 잘못이 있을 때 벌을 주는 것보다 잘한 일이 있을 때 상을 주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과거의 성과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의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신상필상 원칙은 이병철 회장 시절과 비교할 수 없는 파격적인 성과급, 스톡옵션 부여 등 성과유인책에서도 드러난다.

   ◇ 인재관 = 이병철 회장은 유교적 바탕을 가진 반듯한 인재를 선호했다. 또 의심가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말고 일단 맡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라는 기준에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업무를 과감히 위임했다.

   이에 반해 이건희 회장은 '끼'있고 창조적인 인재를 선호한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실패의 자산화', 즉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할 것을 주문한다.

   이건희 회장 본인은 경영의 큰 그림과 미래변화 대비책을 구상하는 데 전념한다.

   ◇ '큰 강'과 '바다' = 삼성의 전현직 고위 임원들은 이병철 회장을 '큰강'에, 이건희 회장을 '바다'에 흔히 비유한다.

   이병철 회장의 경우 사고의 폭과 범위가 크지만 그 사고의 방향이 일정하고 예측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계열사 경영진을 부르면 대개 경영진들은 이병철 회장이 무엇 때문에 부르는지 알고 서류나 답변거리를 준비해 들어간다는 것이다.

   반면 이건희 회장이 경영진을 부를 때는 무엇 때문인지 사전에 짐작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경영진들이 무엇 때문인지 예측을 하고 준비해서 가지만 이 회장은 대부분 더 큰 주제를 갖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모는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창조경영' 등 굵직굵직한 경영 화두로 재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샌드위치 위기론' '베이징 발언' 등 삼성 그룹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발언을 한 데서도 드러난다.

   ◇ '하드웨어' 경쟁력와 '소프트웨어' 경쟁력 = 이병철 회장이 하드웨어적 경쟁력을 중시했다면 이건희 회장은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을 강조한다.

   이병철 회장은 첨단설비, 공장효율화 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면 이건희 회장은 브랜드, 디자인, 창조 능력 등 무형 자산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 '모두 1등' 대 '선택과 집중' = 이병철 회장은 '삼성이 하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삼성은 어떤 제품을 만들어내든 국내에서 일등을 해야 하고 한국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반면 이건희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 핵심경쟁 사업에 경영자산을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WORLD BEST)를 추구한다.

   ◇ '미세 관리'와 '큰 관리' = 이병철 회장이 경영의 전면에서 활동했다면 이건희 회장은 계열사 자율경영체제를 취하고 경영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중구 태평로 삼성본사 회장실에 출근하지 않은 채 주로 한남동 집에서 경영구상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매일 출근하지 않고 체계적인 시스템과 엄격한 인사로 일상적인 관리를 대신한다. 삼성 관계자들은 이병철 회장의 관리 방식을 '미세 관리', 이건희 회장 방식을 '큰 관리'라고 부른다.

   ◇ 시대의 차이 = 재계 관계자들은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경영 리더십 특징에 대해 개성과 방법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이병철 회장 시대와 이건희 회장 시대의 기업환경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병철 회장 시절에는 한국 기업의 활동무대가 국내에 국한돼 있어 한국 최고를 추구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하기 이전에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였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상당수 재계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탁월한 경영성과를 이룩한 경영인으로서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공통점은 ▲ 최고의 제품, 서비스, 경영시스템 추구 ▲ 두터운 전문경영인층 형성 ▲ 비서실, 전략기획실 중심의 전략 경영 ▲ 혹독한 후계자 교육 ▲ 계파를 용인하지 않는 성과중심 인사 ▲ 치밀한 기록 문화 ▲ 기술중시와 엔니지어 풍모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 사람을 비교해 누가 더 능력이 있고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이병철 회장이 삼성의 초석을 이루었다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꽃을 피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