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린터, 휴대폰..삼성전자의 '역전스토리'

2007-11-23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올해 삼성전자는 역전의 ‘짜릿한 맛’을 느꼈다. LCD TV에서는 소니를, 휴대폰에서는 모토로라를 추월하며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프린터’도 HP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TV-휴대폰-프린터’가 반도체ㆍLCD 등과 함께 삼성전자를 받쳐나갈 튼튼한 기둥이 됐다. 삼성전자는 시장이 없으면 만들어간다는 창조적 사고로 사업에 몰두했고, 성과는 눈앞에 나타났다.

 

▶보르도 신화로 세계 TV 지존으로 우뚝=삼성전자 TV사업의 올해 성과는 눈부시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히트상품인 ‘보르도 LCDTV’를 앞세워 치열한 글로벌 TV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는 이미 ‘전체 TV-평판 TV-LCDTV’에서 전세계 1위를 차지하는 신기원을 기록했다. 2위와의 격차도 벌리며 TV업계의 지존으로 올라섰다.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은 “3분기에 이어 4분기 전망도 좋기 때문에 2년연속 세계 1위 달성을 눈앞에 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LCDTV에서 전설적 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세계 LCDTV 시장에서 16.8%(수량기준)의 점유율로 5분기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따라잡기 시작한 세계적 가전회사인 소니도 확실히 삼성전자 뒤로 돌려세웠다.

 

와인잔 모양의 창조적 디자인을 앞세운 ‘보르도’가 승리의 건배를 올렸다. 지난해 출시한 보르도는, 2007년형 보르도 판매까지 합쳐, 현재 600만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세계적 히트상품인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전체 삼성전자 LCD TV 판매실적 620만대와 비슷하다. 삼성전자의 LCD TV의 올해 실적은 1200만대로 지난해 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PDP TV에서 파나소닉에 이어 2위지만 올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수량기준(3분기)으로 처음 시장 점유율 20%의 벽을 깨고 21.1%를 기록하며 파나소닉과의 격차를 9%포인트로 한자리로 좁혔다. 평판TV 판매는 3분기까지 985만대를 팔아 이미 지난해 판매량 715만대를 넘어섰다. 앞으로 ‘LCD-PDP TV’ 동반 1위도 멀지 않았다.

 

이같은 성공비결은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을 바탕으로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은 물론 중국-인도 신흥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도 늘려 인도 첸나이 TV공장을 완공했으며 러시아 TV공장 건설 착공도 들어갔다.

 

TV의 선전은 DM총괄의 전체 실적향상에도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 삼성전자 DM총괄은 매분기 2000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 중이다. 성수기인 4분기까지 호조세가 이어지면 2000년 총괄설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맞게된다. 세계시장에 우뚝 선 ‘DM총괄의 일류화’가 눈앞이다.

박종우 사장도 “올해는 TV 뿐 아니라 MP3플레이어, 홈씨어터,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오디오/비디오 제품과 프린터, PC 등 모든 분야의 판매가 좋아 글로벌 기준 매출이 지난해 21조원보다 20%이상이나 늘어난 25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린터 2위로 우뚝, 이젠 HP만 남았다=“2009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프린터를 매출 100억달러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습니다” 지난달 말 윤종용 부회장이 회사 창립 38주년 기념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삼성전자가 미래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40조원의 메모리반도체나 100조원의 디지털TV보다도 큰 140조원 규모의 프린터 시장에서 1등을 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프린터 사업은 전자, 기계, 화학, 통신 등 각종 기술이 완벽할때만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은 고속 레이저 엔진을 확보한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라며 “이미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통신, 광학, 전자 회로기술의 시너지를 극대화 해야 한다”고 프린터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도전은 이미 시장 점유율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컬러레이저 프린터 시장에서 2005년까지 5.3%(5위)에 불과하던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16.2%,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HP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제록스나 델 등 쟁쟁한 경쟁자보다 3배이상 높은 점유율이다. 독일에서는 HP까지 넘어서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보통신총괄 소속 조그마한 부서에서 HP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납품 제품을 만들던 몇년 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프린터 비즈니스는 이제 단순 세트 판매 사업이 아닌 솔루션 비즈니스와 서비스 비즈니스를 통합한 형태로 변모 중”이라며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 고속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향후 전략을 소개했다.

 

MP3 및 DVD 플레이어 등 AV 사업도 올 한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한 때 중국산 저가공세에 세계시장은 물론 안방에서도 밀렸지만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올해 700만대 판매 계획을 세운 MP3플레이어는 슬림한 디자인과 와이드 3인치 화면을 앞세운 ‘옙 P2’로 국내시장은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란에서 1위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또 연말까지 시장점유율 1위국을 10개까지 늘려 연초 계획을 달성한다는 각오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HD캠코더와 프로젝터,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다양한 AV 신제품을 출시, 관련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휴대폰 모토로라 제치고, 와이브로는 세계 3세대 표준으로=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은 올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휴대폰 부문은 분기 사상 최대 판매량을 잇따라 경신하며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2위자리를 확고히 했다. 또 미래 성장 동력으로 총력을 기울였던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WiBroㆍ모바일 와이맥스)가 세계 3세대 표준 중 하나로 채택되면서, 와이브로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으로 노키아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모토로라를 올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제쳤다. 격차도 더 벌렸다. 한때 모토로라를 벤치마킹,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극(克) 모토로라’에 성공한 것이다. 2/4분기 양사의 판매량 차이는 190만대에 불과했지만 3/4분기에는 540만대로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3/4분기 판매량은 분기 사상 최고치인 4260만대를 기록했다. 특히 정보통신총괄의 3/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13% 성장한 5조800억원으로 분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넘어섰다. 제품당 평균 판매 가격은 중고가 제품의 판매 비중 증가로 2/4분기 148달러에서 3분기 151달러로 상승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전분기 대비 4%포인트 오른 12%를 기록,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삼성전자가 4/4분기 휴대폰 판매에서도 3/4분기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간으로는 지난해 대비 30% 이상 대폭 성장한 최소 1억5700만대 이상을 달성, 세계 시장 2위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괄목할 실적은 그동안 추진해온 중저가폰에서 부터 고가폰까지 두루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자체 분석이다. 여세를 몰아 삼성전자는 4/4분기 아예 2위 자리를 확실히 굳히고, 노키아 추격에 본격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총력을 기울여 왔던 와이브로 사업도 올해 날개를 달았다. 이동 중에도 광대역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토종 기술 ‘와이브로’가 세계 3세대(G)의 표준으로 채택된데 이어, 주파수(2.3㎓)까지 4세대 세계 공통대역으로도 채택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기지국과 단말기를 개발하고 와이브로 기술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한데 이어 한국과 미국 등에서 상용화를 이끄는 등 와이브로 기술 주도권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의 통신 시장인 미국 시장에 진출, 통신 사업자인 스프린트에 와이브로 시스템과 단말기를 공급해 2008년부터 워싱턴, 보스턴 등에서 삼성의 기술로 와이브로 서비스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을 시작으로 유럽(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북미(미국), 남미(베네수엘라, 브라질), 아시아(일본) 등 세계 22개국 35개 사업자와 와이브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와이브로에 대한 사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송속도를 두 배 이상 높인 와이브로 ‘Wave2’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꾸준히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권남근ㆍ박영훈ㆍ최정호 기자(par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