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딛고 회복세 타던 화장품업계, 신종 코로나에 다시 비상

2020-02-06     나수완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 해빙으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진 가운데 갑작스런 악재가 1분기 실적의 암초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1월초까지만 해도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지난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최대인 약 5000명 규모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 인천 송도를 방문해 한한령 해제가 초읽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더불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소식이 전해지고 중국의 설 연휴 ‘춘절’ 기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실적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2분기까지 역성장을 기록하다가 3분기부터는 성장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1조5025억 원, 영업이익 6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281% 대폭 상승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9% 증가한 7조6854억 원, 영업이익은 13.2% 늘어난 1조1764억 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4분기로만 보아도 매출 2조133억 원, 영업이익 2410억 원으로 각각 19%. 14% 성장했다. 특히 중국 매출이 62% 성장해 면세 매출 성장 둔화를 상쇄했다고 평가됐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시장‧면세점 비중이 전체 매출의 각각 30%, 40%를 차지, 중국 매출 비중이 크거나 유커 영향을 많이 받는 화장품 기업이다.

그러나 우한폐렴이 장기화될 경우 화장품 업계의 올 상반기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중국 내수 소비의 둔화와 방한 중국인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에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스가 발생한 2003년 중국인의 입국은 연간 51만 명, 일평균 1400명 규모였는데 지금은 일평균 3만1000명이 들어와 면세점·화장품 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클 수 있다”며 “중국인 입국자수 감소와 중국 내수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DB금융투자는 춘절로부터 2주가 경과하는 2월 중순까지 감염병 확산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판단, 화장품 업계가 1분기 중국 내수 실적에 대해 일시적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우한폐렴으로 인한 매출타격을 최소화하고자 중국 외 유럽‧북미시장에 좀 더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사드이슈 이후 중국 외 유럽‧북미 등의 해외시장을 확장했고 지난해 북미시장 매출이 38% 성장하는 등 성과가 좋았다”며 “중국 외 해외시장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이들의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인은 물론 중국인 등 관광객이 없이 한산한 5일 명동 쇼핑거리 모습.

LG생활건강은 업계 전체적으로 악재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나수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