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증권사 사외이사 40% 물갈이...관료 대신 글로벌 전문가 인기
특히 글로벌·금융 전문가를 비롯해 각 증권사들이 주력하는 사업 영역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맞춤형으로 선임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 중 이사회를 개최한 12개 증권사 중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32명이다. 그 가운데 40%인 13명이 새 인물로 교체됐다. 새로 추가된 2명을 포함하면 전체 사외이사 34명 가운데 15명(44%)이 새 얼굴인 셈이다.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는 기존 사외이사 4명 중 2명만 재선임하고 3명을 신규선임하는 등 변화폭이 가장 크다. 특히 신규 후보의 면면을 보면 글로벌, 신사업 등 특정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기존 대비 사외이사 수도 1명 더 늘었다.
조윤제 후보는 전직 미국, 영국 대사를 역임하고 현재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로 재직중인 글로벌 및 경제 전문가다. 또 다른 후보인 이젬마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와 김성곤 종근당 신약연구소장은 각각 재무·회계, 신성장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거둔 순이익(세전기준)이 전체 순이익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창업주인 박현주 회장이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 직함을 달고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할만큼 해외 비즈니스를 강조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과거 관료출신 사외이사가 상당수를 차지했지만 이번 주총을 통해 다양한 실력을 갖춘 사외이사진으로 재편하면서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이사회 구성원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고 외부 전문가의 비중을 늘려 경영 투명성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확대하기 위함"이라며 "사외이사 후보진은 기존의 조성일, 정용선 사외이사와 함께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제고하고 의사를 개진해 회사의 사업역량 강화 및 투명경영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은 이번 주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선규, 김일군 사외이사를 대신할 후보로 NH농협증권 출신 홍석동 前 칸서스자산운용 영업부문 대표와 교보증권 대표 및 광주은행장 출신 정태석 법무법인 현 고문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두 후보가 이번 주총을 통해 선임되면 NH투자증권은 기존 박상호 사외이사(前 삼성선물 대표이사)와 박철 사외이사(前 서울고검 부장판사)를 포함해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금융투자회사 출신으로 구성된다.
삼성증권(대표 장석훈)은 기존 사외이사진에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장 교수는 한국증권학회장과 한국거래소 공익대표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학계의 대표적인 금융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달 주총에서 장 후보가 선임되면 삼성증권은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교수진으로 구성된다.
삼성증권 측은 "장 후보자가 재무분야를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재무 전문가"라면서 "과거 키움증권, 동부증권, KB증권 사외이사 경력을 가지고 있어 증권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고 추천 배경을 밝혔다.
한편 임기 만료되는 사외이사와 같은 기관 출신 후보를 내는 증권사도 있었다.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과 대신증권(대표내정 오익근)이 대표적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번 주총을 끝으로 퇴임하는 금융감독원 출신 정해신 사외이사를 대신할 인물로 금감원 출신 김석진 후보를 명단에 올렸다. 김 후보는 금감원 뉴욕사무소 증권감독국 경영지도팀과 뉴욕사무소 등에서 근무했고 이후 한국투자증권 상근감사와 한국투자금융지주 윤리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대신증권도 지난 2015년부터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국세청 출신 신재국 사외이사를 대신할 인물로 전직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던 조홍희 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이 외에도 유안타증권(대표 서명석·궈밍쩡)은 상법 시행령상 사외이사 최대임기(6년)로 인해 사외이사 3명 전원이 신규 선임되고 하이투자증권(대표 김경규)은 삼성증권 출신 최영호 씨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한 점이 눈에 띄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