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맞은 항공업계 1분기 실적 '암울'...정부 긴급지원

2020-03-20     박인철 기자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등의 여파로 대한항공(대표 조원태) 외에는 전부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항공업계가 코로나19사태로 올해 1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6개 항공사의 1분기 매출 총계는 전년 동기에 비해 5% 이상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한국, 이제는 전 세계로 뻗어간 코로나19 탓이다. 18일 기준으로 한국 방문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는 150곳까지 늘었다. 이스타항공(대표 최종구) 에어부산(대표 한태근) 에어서울은 운항하는 국제선 노선이 아예 없을 정도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 항공사 6곳의 1분기 예상 총 매출은 5조623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만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8.2% 증가하고, 나머지 5곳은 일제히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진에어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는 매출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영업이익은 6개사 모두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6개 상장사 총 영업이익은 2985억 원인데 올 1분기는 영업이익 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1분기에는 영업적자를 낸 곳이 하나도 없지만, 올해 1분기에는 아시아나항공(대표 한창수)과 제주항공(대표 이석주)이 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두 항공사는 올 1분기를 포함해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진에어(대표 최정호)는 영업이익이 95.9%나 감소하며 적자전환을 겨우 면할 것으로 분석된다. 나머지 3개사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60% 이상 줄어들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리라는 예상이다.
 
1분기는 항공업 대표적 성수기지만 코로나19로 해법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월까지 국내 항공사 누적 여객은 1649만2682명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2062만2203명) 대비 20.0% 감소한 수치다. 

3월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2월은 국외에서 한국에 대해 빗장을 걸었다면 3월 들어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전파력이 한국을 넘으면서 여행 자체에 대한 수요가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도 지난해 3월에는 평균 19만명이었는데 올해는 1만6000명 선까지 줄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에는 항공사들이 지난 반년 동안의 비수익 노선 구조조정에 나섰고 겨울 성수기 효과로 적자 흐름을 끊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코로나19로 실적은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항공사들 3월 예약률도 전년 대비 6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무래도 위축된 수요를 단기간에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실적 향상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를 버티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심각한 곳은 단거리 노선이 많은 저비용항공사(LCC)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까지 문을 닫으면서 실적 내기가 버거워졌다. 결국 무급휴직 등 인건비 감소로 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LCC항공사 관계자는 “전쟁을 제외하고는 모든 고난을 다 겪고 있는 심정”이라면서 “메르스, 사스 때도 여파가 6개월은 있었는데 코로나19는 그보다 더 길게 갈 것 같아 걱정”이라 말했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정부도 항공사들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8일 항공사에 착륙료 20% 즉시 감면(4월까지 예상 감면 금액 114억 원), 항공기 정류료 3개월 전액 면제(약 79억 원), 운항이 중단된 공항 상업시설 임대료 전액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단으로 사용하지 못한 운수권과 슬롯 회수를 유예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이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이다. 

17일에는 KDB산업은행이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 에어부산에 400억 원을 지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LCC 최대 3000억 원 금융지원 발표에 따라 우선 티웨이항공에 긴급 운영자금 60억 원을 무담보로 승인했고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 각각 200억 원, 140억 원을 지원했다. 

대한항공은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나르는 고육지책으로 실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베트남 호찌민 노선에 여객기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긴급 물량과 농산물 등을 수송 중이다. 현재 이 노선은 베트남의 한국발 승객 입국 제한으로 비운휴 중인 노선이다. 21일부터는 중국 칭다오 노선에도 화물 운송을 시작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