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베트남 법인 나란히 흑자...미래에셋·한투 순익 2배 가까이 증가
지난해 국내 증권사 베트남법인이 일제히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현지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와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면서 현지 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을 했다. 또 IB(투자은행)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와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도 순익을 늘리거나 흑자전환하며 선전했다.
◆ 베트남 6개 현지법인 중 신설법인 제외한 5곳 흑자
현재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한 국내 증권사는 총 6곳으로, 지난해 이들 법인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전년 대비 90.2% 증가한 323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법인이 설립된 한화투자증권(대표 권희백) 베트남 법인인 '파인트리증권'을 제외하면 5개사 모두 흑자행진이었다.
순이익이 가장 많은 법인은 미래에셋대우 베트남법인(이하 미래에셋베트남)이었다. 미래에셋베트남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90.1% 증가한 184억 원으로 전체 6개 법인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 내에서도 홍콩법인에 이어 두 번째로 순이익이 많았다.
미래에셋베트남은 지난 2007년에 설립돼 국내 증권사 베트남 법인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지난해 4분기말 기준 브로커리지 점유율 5위, 신용공여 규모는 1위를 기록하면서 리테일 채널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최신 기준인 올해 1월 말 기준으로도 브로커리지 점유율 5.5%를 기록하며 5위다.
미래에셋베트남은 리테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IB부문에서도 회사채 인수 작업에도 나서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PI 투자목적으로 베트남 현지 대표기업 회사채를 발행 및 전액 인수했고 10월에는 발행업무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가시적 성과를 보이면서 본사 차원의 '실탄 지원'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미래에셋대우는 홍콩법인을 통해 약 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미래에셋베트남에 단행하면서 자본금 기준 베트남 1위 증권사가 된 것은 또 다른 성과다.
올해는 현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종합 증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브로커리지 뿐만 아니라 IB 및 PI 업무 등을 두루 갖추기 위해 ▲IB 육성을 통한 다양한 금융상품 공급 ▲선진 전산시스템 구축을 목표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에서 브로커리지를 바탕으로 IB와 트레이딩 역량을 갖춘 종합증권사로 도약하고 있으며 현지 리테일 고객에게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베트남 공기업 민영화 IPO 주관 영업 등 IB측면에서의 사업도 넓혀나가고 ETF를 중심으로 한 트레이딩 업무도 준비중이다"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베트남법인(이하 키스 베트남)이 효자 법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키스 베트남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3.9% 증가한 66억4400만 원으로 호실적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 전체 해외법인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키스 베트남은 지난해 베트남 시장에서 ▲브로커리지 점유율 Top 10 진입 ▲외국계 증권사 최초 커버드워런트 시장 진출 ▲외국계 증권사 최초 ETF AP/LP 업무 자격 라이선스 취득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브로커리지 중심 사업이었지만 점차 보폭을 넓혀 나가는 단계다.
지난 2017년 11월 현지 증권사인 마리타임증권을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하며 베트남 시장에 본격 진출한 KB증권(대표 박정림·김성현)도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이지만 무사히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KB증권 베트남법인 순이익은 전년 대비 129.6% 증가한 44억8900만 원으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신한금융투자 베트남법인도 순이익이 같은 기간 20.2% 증가한 27억8100만 원으로 순항했고 지난 2018년 법인이 설립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향후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 베트남 증시 확대 따른 이자수익 급증... 코로나19 여파 대응책 고심
지난해 베트남 내 한국계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기본적으로 자본금을 바탕으로 한 주식중개, 신용공여 서비스에서의 수익성 개선과 IB(회사채, 메자닌 발행 등) 부문에서의 수익원 다양화가 큰 역할을 했다.
그 중에서도 신용금액의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를 수익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형사를 중심으로 이자수익은 전년 대비 50~100%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수 년간 급성장을 기록했던 베트남 역시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세계은행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9%로 제시했는데 이는 연초 베트남 정부가 목표치로 밝힌 6.8%보다 1.9%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한 때 1000포인트를 돌파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갔던 호치민증권거래소 VN지수는 코로나19 여파가 미친 2월 말 이후 급락한 뒤 이후 일부 회복하면서 현재 740~750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반적인 증시 상황에 따라 예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 각국의 강력한 재정정책과 양적완화의 수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어 다른 신흥국과 비교했을 때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예견하기는 이르지만 코로나19 이후 베트남 경제는 긍정적이라고 예상할 수 있으며 기업들의 실적 회복에 따른 베트남 증시의 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박원상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장은 "무역분쟁이 지속되며 중국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상당부분 상실했고 중국의 빈자리 중 일부를 베트남이 대체한 상태"라며 "이르면 5월 중 베트남-EU간 EVFTA 협정이 개시되면 유럽에 대한 수출시장도 확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러한 정책적 부분에 예의주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