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강동희. "다리가 풀려서 못 뛰겠네"
"기분으로는 잘 들어갈 것 같은데 다리가 풀려서 못 뛰겠더라"
프로농구 전주 KCC 허재(42) 감독과 원주 동부 강동희(41) 코치가 오랜만에 선수로 나서 진땀을 뺐다.
현역 시절 기아에서 동료로 뛰었던 허 감독과 강 코치는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대한농구협회(회장 이종걸)가 한국농구 100주년 기념식 식후행사로 마련한 남자 올드 스타 대결에서 각각 선수로 나섰다.
김유택(44) 농구해설가, 유도훈(40) 안양 KT&G 감독 등도 유니폼을 입고 전후반 20분 경기를 소화했다.
백팀 포워드로 나선 허재는 경기 시작한 지 30여 초 만에 깔끔하게 3점슛을 성공시키며 탄성을 이끌어냈지만 그 후로는 힘에 부친 듯 걸어다녔다.
허재의 패스를 받은 김유택은 중앙대-기아 시절과는 달리 쉬운 골밑슛도 놓쳤다. 상대팀 선수로 나온 강동희도 잇따라 3점슛을 놓치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기업은행과 나산에서 뛴 이민형(42)은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경기는 후반 들어 삼성에서 뛴 신동찬(51)과 최희암(52) 인천 전자랜드 감독이 활약한 백팀이 기아에서 뛰다 모교인 중앙대 감독을 지낸 강정수(43)와 정인교(38) 여자농구 부천 신세계 감독이 분전한 청팀을 53-40으로 꺾었다.
강동희는 경기 후 "다리가 풀려서 못 뛰겠더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1960년대 슛 도사 신동파(63)는 청팀 코치 자격으로 와이셔츠를 입은 채 자유투 3개를 쐈지만 1개를 겨우 성공시켜 농구인들로부터 "천하의 신동파가..."라는 핀잔을 들었다.
여자들은 더 힘들어했다.
백팀 조문주(43.전 국민은행)는 후반에 자유투 2개 중 1개를 집어넣으며 체면을 세웠지만 2001년 은퇴한 유영주(36.전 선경증권)는 경기 전 연습만으로도 힘이 드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유영주의 고교 동창 정은순(36.전 삼성생명)도 골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경기도 용인에서 '정은순 농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27-37로 진 경기 결과보다 딸(6) 생각이 더 큰 듯 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1980년대 여자 대표팀 센터 김영희(43)와 현 남자 대표팀 센터 하승진(23), 방열 전 경원대 교수, 정광석 전 대만 대표팀 감독 등이 자리를 함께 했지만 이충희(48) 대구 오리온스 감독과 박찬숙(48)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종걸 농구협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고(故) 이상백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의 유족에게 기념패를 주는 한편 ▲베이징 메달 획득 ▲농구 기념관.전용체육관 건립 ▲농구 아카데미 설립 등 다가올 농구 100년의 비전을 선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