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증권사 발행어음 금리도 약세...은행 예적금 금리 밑돌기도
투자자에게는 원금보장이 되는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에 비해 유리한 점이 없고, 증권사도 자금을 운용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어 발행어음의 인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 1년 맡겨도 금리는 연 1% 남짓... 금리 매력 사라진 발행어음
종합금융회사나 증권사가 영업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신용으로 융통어음을 발행해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발행어음은 그동안 연 2~3% 금리를 적용해 원금보장형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이 지난 2017년 11월 인가를 받아 첫 판매에 나섰고 이어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과 KB증권(대표 박정림·김성현)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한국투자증권이 7조3726억 원으로 가장 많고 NH투자증권(4조1465억 원), KB증권(3조1099억 원) 순이다.
발행어음은 첫 출시 당시 365일물 기준 연 2% 후반대 금리를 제공했고 적금 개념의 적립식 발행어음은 연 3.5%에 달할 정도로 은행 예·적금 상품보다 평균 1% 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제공했다. 이후 금리가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이 연 5% 특판을 선보일만큼 흥행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은 기준금리가 릴레이 인하에 나서면서 증권사 발행어음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0.25%포인트씩 총 4번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현재 발행어음을 취급하는 3개 증권사 금리를 살펴보면 1년 물은 연 1.15~1.95%, 적립식 발행어음은 12개월 기준 연 2~2.75%로 형성돼있다. 은행으로 치면 예금과 비슷한 성격의 약정식 발행어음은 1년물 금리가 1% 초반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발행어음을 처음 판매했던 한국투자증권이 첫 출시 당시 1년 물 약정식 발행어음 금리를 연 2.3%로 제시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출시 이후 금리가 딱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다만 개별 증권사로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인하폭이 크고 KB증권은 경쟁사 대비 소폭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편차는 있다. 지난 5월 28일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이달 초 발행어음 금리를 내렸지만 KB증권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후 발행어음 수익률을 일부 인하했지만 지난 3월 기준금리가 0.5% 포인트 떨어진 빅컷이 단행될 때 당사는 91일물 이상 장기물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었다"면서 "발행어음은 기준금리를 아예 무시할 수 없진 않지만 CMA-RP나 CMA-MMW처럼 기준금리 추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금리 인하 배경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규정상 발행어음으로 유입된 자금은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발행어음 사업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기업금융에 50%, 부동산 금융에도 30%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대규모 수익을 얻던 부동산 금융도 코로나19 여파로 움츠러든 상태이고 채권시장 역시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 코로나19 여파로 전반적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모험자본 공급도 취지와 다르게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때마다 나오는 '역마진 우려'에 대해서 증권사들은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금리 인상이 어려운 시점에서 발행과 운용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당분간 사업 반등은 어렵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리테일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과 자금이 필요한 곳에 조달을 하고 나오는 수익을 창출하는 IB형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조달금리도 함께 떨어져 자금운용에 들어가는 비용도 감소한다"면서 "판매와 운용 두 부분의 밸런스를 가지고 투자처를 신규 발굴하고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역마진 우려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발행어음의 인기가 사그러들면서 단기금융업 인가 요건인 자기자본 4조 원을 충족한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는 단기금융업 심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력 후보인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와 메리츠증권(대표 최희문)은 인가 신청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