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 공급과잉에 하림, 매출 줄고 적자 ‘눈덩이’...부채비율 등 건전성 지표 ‘빨간불’
2020-06-08 나수완 기자
올 1분기에 매출 감소로 영업이익이 적자전환 됨과 동시에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가 크게 상승하는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의 올 1분기 영업손실 73억 원을 내며 전년 동기 7억 원에서 적자전환 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01억 원에서 1856억 원으로 12%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85억 원에서 165억 원으로 2배 가량 폭증했다.
차입금 규모도 커졌다. 하림의 올 1분기 차입금은 48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총자산(8362억 원) 중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차입금의존도’는 52.8%에서 58.4%로 5.5%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는 통상 30% 미만일 때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부채비율도 179%에서 221%로 42%포인트나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200% 이상이면 위험한 수준으로 본다.
부채 등을 상환할 수 있는 ‘지불능력’ 판단지표인 유동비율은 85%에서 69%로 하락했다.
하림의 재무건전성 악화의 원인은 육계(식육용의 닭)부문 공급과잉에 있다.
주사업인 육계부문이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이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수익이 없다 보니 부채 등이 늘어나며 재무건전성도 덩달아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육계 도매가는 ㎏당 1190원으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1490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다. 통상 업계에선 생닭 가격이 1500원 이상이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으로 본다.
생닭 소매가도 코로나19가 발병한 2월 이후 끊임없이 하락했다. 시중 유통되는 생닭 가격은 ㎏당 778원으로 생산원가를 밑돌고 있다. 지난 2월 평균 1169원에서 3월 1135원, 4월 912원까지 하락하다가 7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생계 가격 하락세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5월 기준 육계 사육 마릿수는 1억77만 마리로 전년보다 4% 늘었다. 평균 육계 사육마릿수 역시 약 9800만 마리로 전년 약 9300만 마리보다 5% 가량 증가했다.
하림 측은 “올해 식품공장 건립과 물류센터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차입금이 늘어난 가운데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악화는 외부환경적인 요인이 크며 업계 전체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하림은 가정간편식(HMR)과 펫푸드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 축산업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림은 2020년 전북 익산 하림종합식품단지를 완공해 본격적으로 즉석밥과 국·탕류 등 가정간편식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하림 측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육계 수요 공급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더불어 지속적으로 규모가 커지는 가정간편식 시장에 진출, 이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육계 수요 공급 불균형’이 올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아 당장의 수익성 개선을 어려워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농업전망에 따르면 올해 육계 사육마릿수는 육용종계 입식증가로 인해 지난해보다 2.4% 많은 1억43만 마리로 예상됐으며, 도계마릿수도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10억9000만 마리로 전망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나수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