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 불안감 최고조

2007-11-27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삼성그룹의 ‘경영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환율, 유가 등 불안한 경영여건에 김용철 변호사의 전방위적 폭로 등으로 그룹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그룹이 마련한 ‘2008년 그룹경영방침’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삼성의 위기감이 간간이 알려진 적은 있지만 이런 분위기를 담은 그룹 경영방침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삼성은 내년도 경영방침에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과 고유가, 환율 등 대내외 위기요인이 산재해 있다”고 분석하고 “특히 삼성을 견제하려는 일본 등 다른 나라 선도기업의 견제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불안감을 표시했다.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기대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며 다시 불거지고 있는 ‘반(反)삼성 여론’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함을 나타냈다.

 

눈여겨볼 대목은 올해 경영방침이 ‘창조적 혁신과 도전’으로 지난해와 같다는 점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돌파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일관된 전략 유지 차원에서 창조적 도전과 혁신을 다시 설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 관계자는 “그룹경영방침은 한 해 경영을 이끌 좌표와도 같은데 이를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내부적으로 느끼는 ‘위기론’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매년 경영방침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은 내년 창립 70년을 맞아 창조경영 실현을 위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대로 손을 못됐다는 의미다. 이 회장이 지난해부터 강조한 창조경영의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면밀하게 제시되지는 못했다. 실제 10대 추진과제 역시 ▷신사업 적극 발굴과 육성 ▷창의적 인재 확보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체제 강화 ▷창조적 문화 정착 등 일부 단어만 수정됐을 뿐 큰 틀의 변화는 없었다.

 

삼성은 26일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특본)가 “(경제분위기 등) 수사외적인 것은 고려대상이 아니다”며 강력한 수사의지를 밝히고 이 회장 부자의 출국금지 조치를 단행하면서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 부자 등 그룹 고위임원들의 출국금지 조치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회장은 매년 연말, 일본 등 해외시장을 둘러보며 이듬해 그룹경영 및 미래사업을 구상해왔다. 이재용 전무도 올해부터 글로벌고객책임자(CCO)를 맡으면서 이 회장을 대신해 해외 주요 거래선과 만나고 있다. 이 회장과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동시에 움직인 점이 많았다는 점에서 사장들의 발도 자동적으로 묶일 수밖에 없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 그룹 수뇌부들은 수시로 검찰에 불러다녀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까지 시작되면 삼성의 ‘글로벌 경영’은 물건너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전략기획실에서 결정해줘야 할 200억원 이상의 계열사 투자 결정이 모두 미뤄지고 있다. 전략기획실은 김 변호사 문제로 정신없고, 계열사들은 내년 경영계획조차 제대로 못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 4차폭로 이후 삼성 직원들은 반응은 다소 격앙돼 있다.

 

한 삼성 직원은 “회사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나갔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정의의 투사로 변한 것 같다”면서 “조직원으로서 결책사유가 있는 직원들의 분풀이성 폭로로 삼성이 매도당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다른 관계자도 “자체적인 반성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는 자료들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남근ㆍ최정호 기자(happyday@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