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토스, 일감몰아주기 규제 피했지만 '수의계약 비중'은 역대 최고

2020-06-16     유성용 기자
LG그룹의 종합물류기업 판토스(대표 최원혁)가 구광모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 정리 이후에도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서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부거래 가운데 약 90%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판토스는 지난해 2조4808억 원의 매출 중 1조8973억 원을 내부거래로 벌어들여 내부거래비중이 76.5%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내부거래 매출이 11.3% 증가했지만 매출이 13.8% 늘면서 내부거래비중은 2018년 78.2%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판토스는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지난 2018년 12월에 당시 보유지분 19.9%를 전량 매각했다. 이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와는 무관한 상태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은 내부거래 가운데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판토스는 2015년 계열 편입 후 2016년까지만 해도 주요 거래는 모두 제한경쟁입찰로 이뤄졌다.

공시된 주요 내부거래를 살펴보면 지난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금액이 89.1%에 이른다. 판토스가 밝힌 주요 내부거래 금액은 1조6318억 원으로 전체 내부거래액의 86%에 해당된다. 공시되는 주요 내부거래는 중요 관계사와의 거래이거나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건인 경우 해당된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이뤄진 거의 대부분의 내부거래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셈이다.

수의계약 비중은 2018년 86.2%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판토스 내부거래 중 지난해 수의계약 비중은 역대 최대다.

2015년 LG 편입 후 수의계약비중은 2017년 85.6%를 기록한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판토스 관계자는 “국제물류 특성상 보안성 및 효율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판토스는 LG그룹 계열사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함께 진출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판토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51%를 보유한 LG상사다. LG상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로부터 벌어들인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86억 원이다.

LG상사 종속기업 중 판토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87억 원으로 가장 크다. 이중 51%가 LG상사 순이익에 귀속된다.

결국 LG상사 배당 재원에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판토스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LG상사는 2019년 회계연도 배당을 실시하면서 지배기업 순이익 286억 원을 기준으로 116억 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40.6%다. 2018년도에는 700억 원 적자를 냈지만 100억 원 가까운 금액을 배당했다. 판토스는 2018년에는 504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LG상사 순이익 적자를 메우는데 역할을 했다.

LG상사 배당금의 24.7%는 그룹 지주사인 (주)LG가 받는다. 12.7%는 국민연금, 이 외에 64.6%는 소액주주의 몫이 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