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제약 유용환 사장 직계가족, 회사 주식 55% 담보 잡혀...순익 줄어도 배당 확대
창업주인 고(故) 유성락 회장의 지분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이연제약은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배당금을 늘리고 있는데, 이에 대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승계작업을 위해 회사돈을 퍼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따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연제약은 고(故) 유성락 회장의 장남인 유용환 사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회사 주식 1083만3680주 가운데 43.1%인 467만여 주가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용환 사장과 모친 정순옥 회장, 동생 정민 씨 등 직계 가족만 놓고 보면 보유 주식의 55.1%가 담보로 잡혀 있다. 유 사장 48.8%, 정순옥 회장 62.5%, 유정민 씨 69.2% 등이다. 정순옥 회장의 모친인 이애숙 여사와 동생 정순희 씨는 담보로 잡힌 주식이 없다.
유용환 사장은 이연제약 지분 31.7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정순옥 회장이 9.46%, 정민 씨가 9.38%를 보유했다. 직계 가족 외에는 이애숙 여사가 9.3%, 정순희 씨가 4.7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64.6%로 지배력이 공고하지만 담보비율이 높아 이를 해소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유성환 사장 등의 주식 담보비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과거 고 유성락 회장과 이애숙 여사가 보유하던 60% 이상의 지분을 유 사장 등이 상속·증여 받으면서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유성락 회장 재임 당시 오너 일가들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내역이 없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로 투자 심리 위축이 일어날 수 있고,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소액 주주 피해가 우려된다. 최악의 경우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연제약 오너 일가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가 약세에 맞춰 주식을 증여함으로써 유성환 사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했으나 주가가 빠르게 회복하는 바람에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이연제약은 지난 3월 19일 유용환 사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이애숙 여사와 정순희 씨가 보유한 주식 235만3000주 중 94.5%를 유 사장과 정순옥 회장, 유정민 씨에게 각각 96만5000주, 50만4000주, 75만5000주를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총 주식의 12% 규모다.
증여가 완료되면 유 사장의 지분율은 37.49%로 높아진다. 정순옥 회장 12.46%, 유정민 씨 13.88% 등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가가 7200원으로 바닥을 찍으면서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여겨 증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연제약 주가가 1만 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1년 말 이후 8년여만의 일이다.
하지만 이연제약은 지난 9일 돌연 증여를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주가가 증여를 발표하고 불과 보름여 만에 예전 수준으로 회복했기 때문이다. 증여세는 증여 결정일 전후 2개월 간 주가 추이를 고려해 책정된다. 빠르게 주가가 회복할 경우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크지 않다.
1929년 생인 이애숙 여사가 90세를 넘긴 고령인 탓에 승계를 서둘러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증여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연제약은 최근 당기순이익이 감소세를 보이는데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눈길을 끈다.
이연제약은 2019년 회계연도에 59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그 대부분인 58억 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97.4%에 이른다. 2018년도에는 당기순이익이 13억 원에 불과했지만, 배당액은 그 6배가 넘는 83억 원에 달했다.
과거 순이익이 100억 원을 넘길 때에 못지 않는 수준으로 배당을 하면서 배당성향이 폭등했다. 그만큼 회사돈이 오너 일가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경영실적도 좋지 못해 고배당 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연제약은 올 1분기 매출이 324억 원으로 정체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29억 원에서 올 1분기 2억 원 적자가 났다.
증여 취소와 배당확대 배경 등에 대한 질의를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연제약 측과의 통화 연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