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제약 1위' 밀려나나?...상반기 매출 셀트리온에 뒤지고, GC녹십자도 턱밑
심지어 수익면에서는 영업이익이 셀트리온에 비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GC녹십자에도 뒤처지며 자존심이 구겨진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증권가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 상반기 매출 7178억 원, 영업이익 26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1.9% 늘었고,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 7억 원에 비하며 무려 38배에 달한다.
지난해 2분기에 영업적자 54억 원을 기록했다가 올 2분기에는 250억 원 이상의 이익을 거두면서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올해 제약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신통치 않은 성적이다. 매출은 1위에서 2위로 밀려날 것으로 보이고, 영업이익은 상위 3개사 가운데 최저치가 예상된다.
일단 유한양행은 1분기에 이어 상반기에도 매출 1위 자리를 셀트리온에 내줄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연간 매출 톱 자리를 이어왔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유한양행 매출은 셀트리온보다 2500억 원가량 많았는데, 올 상반기에는 500억 원 가량 뒤처질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8.6%나 증가한 770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GC녹십자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보다 6% 늘어난 681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매출 격차는 지난해 상반기 61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60억 원으로 크게 좁혀졌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반기에는 2위 자리마저 위태롭다.
영업이익도 셀트리온이 70% 가까이 늘면서 2706억 원에 달한 데 비해, 유한양행은 그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68억 원에 그쳤다. GC녹십자와 비교해서도 10억 원 뒤진 금액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를 받은 세계 최초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 덕에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램시마SC는 환자들이 집에서 직접 주사할 수 있는 제형의 제품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와 함께 트룩시마, 허쥬마 등 주요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고르게 성장한 게 매출 상승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자회사인 셀트리온제약의 간장질환 치료제 ‘고덱스’가 원외처방액 1위를 지속한 것도 매출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한양행은 올 1분기 상위 제약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한양행은 종합병원 비중이 높은데 코로나19 여파로 처방 의약품 사업이 부진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 효자품목이던 비리어드가 특허만료로 약가가 인하된 영향도 받았다.
다만 2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2분기부터 신약 마일스톤 유입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20조 원 안팎으로 글로벌에 비해 크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매출 경쟁보다는 신약과 기술을 통해 글로벌에서 위상을 높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2월 항암신약 레이저티닙의 1차 치료제 목적으로 하는 단독요법 글로벌 임상 3상을 개시했다. 임상이 잘 마무리될 경우 신약 출시 예정시점은 2023년으로 향후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GC녹십자는 주력 품목인 수두백신과 독감백신 수출이 늘면서 견고한 실적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중국에서 헌터라제와 그린진에프가 허가되면 성장세는 2021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등 중화권 지역에는 아직 허가받은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없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매출 1위 목표보다는 설립 이후 백신, 혈액제제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외국에 의존해 왔던 의약품의 국산화에 경영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