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물음표(?) 앞세우는 까닭

2007-11-28     헤럴드경제 제공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말 3만3000여명 임직원의 명함을 모두 바꿨다. 명함 앞면은 기아차 색깔인 붉은색이다. ‘DESIGN’의 영어단어를 변형시킨 ‘DE?!GN’이라는 글씨체가 명함 한가운데 돌출형태로 자리잡았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명함에 넣은 것 자체가 특이하다. 회사 이름 글자보다 크다.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의지와 철학을 임직원들의 얼굴격인 명함에 앞세웠다.

물음표에는 차(車)를 향한 호기심을 표현했다. 호기심과 왜(why)라는 의문은 창조와 혁신의 출발점이다. 느낌표는 바로 그 해답이다. ‘왜’라는 의문으로 시작해 ‘와’는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고객에게 던지자는 경영의지를 작은 명함에까지 형상화한 모습이다.

기아차가 모든 것을 향해 궁금증과 호기심을 던지라며 ‘물음표’를 내세우고 있다. 기아차의 물음표는 결국 ‘디자인’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미 모든 TV 광고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여름 등장했던 기아차의 TV 광고. 기아차의 브랜드인 ‘Kia’를 내세우기보다 다소 쌩뚱맞게도 ‘물음표’가 등장했다.

광고에는 “망설임에 대해…낡은 것에 대해…두려움에 대해…진부함에 대해…불가능에 대해…스스로에 대해…그 모든 것에 대해…물음표를 던져라…새로움은 호기심으로부터…”라는 카피를 썼다. 물음표를 20여개가량 보여줬다. 광고의 끝 부분에서는 ‘디자인, 디자인’을 외친다. ‘기아’라는 말은 광고 끝자락에 들릴 듯 말 듯 작게 등장한다.

얼마 전 새로 바뀐 기아차 광고에서도 파격적 모습이 엿보인다. 영업사원, 엔지니어, 연구원 등이 모델로 등장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며 기아차가 강조하고 있는 디자인을 설명한다. 새로운 디자인 개념도 보여준다. 기아차는 영업도, 생산도, 연구도 디자인이라고 광고에서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광고에서 영업사원 박상면 씨는 “진짜 영업은 마음을 움직이는 일, 영업도 디자인이다”고 외친다. 소하리 공장에 근무하는 엔지니어 김인수 씨는 “생산도 디자인이다”고 했다. 자동차 헤드램프를 연구하는 이재훈 선임연구원은 “연구도 디자인이다”고 말한다.

“고객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디자인하라”는 광고 카피도 내보내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고객과 내부 임직원들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기대감을 높여 주기 위해 이 같은 광고를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기아차가 디자인을 강조하는 까닭은 품질이 평준화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디자인 차별화만이 살 길이라는 의지를 고객과 내부 임직원들에게 전파하고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별화된 디자인 경쟁력을 기아차의 또 다른 강점으로 굳혀가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지고 있다.

윤석환 기아차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차에 갖는 고객의 호기심과 고객을 향한 기아차의 호기심을 조화시키고, 차량의 외적 디자인을 뛰어넘어 혁신과 창조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 역시 디자인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독일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주력 차종을 디자인했던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기아차 화성 공장에서 기자와 만나 “정 사장과 주 2회가량 통화하며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하고, 수시로 e-메일로 디자인을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