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PC게임, 외국산 노장 게임에 밀려 비실비실…하반기 신작으로 활로 열까?

2020-07-29     김경애 기자
외국산 노장 게임들이 국내 PC 온라인 게임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넥스지티 등 PC 온라인 게임 명가들이 올 하반기부터 줄줄이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PC 온라인 게임 시장은 현재 다국적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한국 대표 조혁진)와  블리자드(한국 대표 전동진)가 6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그나마  넥슨(대표 이정헌)이 체면을 살리고 있으나 갈수록 모바일 게임에 무게가 실리고 그간 신작도 거의 없어 경쟁력이 이대로 무너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 외산 노장게임 PC방 상위권 독식…롤(48%) · 배그(7%) · 피파(7%) 순

23일 PC방 양대 관리 프로그램인 피카 · 게토 계열 집계에 따르면 국내 PC방 점유율 상위 10개 게임 중 라이엇게임즈 · 블리자드 점유율은 58%로 과반을 넘는다. 26~27%는 넥슨과 크래프톤(대표 김창한) 자회사인 펍지(대표 김창한) · 엔씨소프트가 나눠가지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49~50% △넥슨 18% △블리자드 8~9% △펍지 7~8% △엔씨소프트 0~1% 순이다.

게임별로 보면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롤, LOL)가 48~49%라는 압도적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2위는 펍지의 배틀 그라운드 △3위는 넥슨의 피파 온라인 △4위는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5~6위는 넥슨의 서든어택 · 메이플 스토리 △7위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8위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9위는 라이엇 게임즈의 발로란트 △10위는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WoW) 및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로 집계됐다.
 

출시한 지 10년이 넘은 장수 게임들이 상위권을 독식하는 양상도 눈길을 끈다.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2009년) △넥슨 서든어택(2005년) · 메이플스토리(2003년) · 던전앤파이터(2005년)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1998년)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2004년) △엔씨소프트 리니지2(2003년) 등이 2010년 이전에 발매된 게임이다.

특히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스타크래프트는 2017년 리마스터 패치로 점유율이 1%대에서 2%대까지 반등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구가한다.

◆ 모바일 밀린 PC게임…2018년부터 회복세 접어들어

게임업계는 이같은 원인이 지속성이 강한 IP와 기존 이용자들의 높은 충성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PC 온라인 게임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 게임사들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IP 개발에 공을 들였고 그 결과로  노장 게임들의 인기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국내 게임산업 무게가 모바일에 실리면서 새로운 IP를 기대하기는 더이상 어려운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PC 온라인 게임은 모바일 대비 개발기간이 길고 투자금액도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모바일 트랜드를 뒤로하고 PC게임을 개발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IP 기반 게임이 상위권을 차지해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PC 온라인 게임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경쟁 여지가 있는 콘솔 · PC로 눈을 다시 돌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감소세였던 국내 PC 게임 시장 규모는 4년만에 재반등에 성공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PC 게임은 2014년 5조5761억 원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가 2018년 시점에서 회복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3D 게임 개발 플랫폼 제작 기업 유니티 테크놀로지스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PC · 콘솔 게임은 46%, 모바일게임은 17% 일간 이용자 수가 증가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PC 온라인 게임의 장점은 조작의 재미, 이른바 '손맛'이다. 모바일 자동 모드에서 무료함을 느낀 이용자들은 보다 정밀한 플레이가 요구되는 완성도 높은 PC 신작 게임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 퓨저, 커츠펠, 붉은사막, 엘리온…하반기 기대작 줄줄이 출시 예정

이같은 시장 수요를 적극 반영해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펄어비스(대표 정경인), 넥슨지티(대표 신지환) 등 PC 온라인 게임 명가들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PC 게임 신작을 시장에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대부분은 PC에서 모바일과 콘솔을 오가는 '크로스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 시장 주류를 이룬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가 플랫폼 확장을 통해 PC게임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엔씨소프트는 북미유럽 시장 대세인 콘솔 3종과 PC 플랫폼을 오가는 음악 게임 퓨저(Fuser)를 올 하반기 북미유럽 시장에 출시한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출시한 리니지2M도 올 하반기 아시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데 PC와 모바일을 오가는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프로젝트TL라는 리니지 기반 콘솔 게임(더리니지)도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PC 온라인 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플랫폼 개념을 허무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크로스 플레이라는 시장 변화에 맞춰 기존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신규 플랫폼을 확장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대표 이정헌)은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PC 온라인 대전게임인 '커츠펠'과 콘솔 · PC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서든어택 개발사로 유명한 넥슨 자회사 넥슨지티 또한 PC 온라인 FPS 게임을 오는 2021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넥슨 관계자는 "급변하는 게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정비한 개발 조직에 전폭적인 투자 ·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개발 조직이 보유한 노하우 · 리소스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라이브 게임 서비스 · 신규 개발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C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 개발사로 유명해진 펄어비스는 올해 3월부터 국내 MMORPG 최초로 '검은사막 콘솔'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공개한 신작 4종 중 '섀도우 아레나'는 올해 5월 사전 출시한 바 있다. 이외 나머지 신작들의 출시 시점은 △붉은사막 2021년 4분기 △도깨비 2022년 △플랜8 2023년으로, 모두 PC · 콘솔 크로스 플레이로 예상되고 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자사 기술력을 바탕으로 PC · 모바일 · 콘솔 등 모든 플랫폼에 출시한 검은사막 IP는 현재 전세계 150개국 2000만 명이 즐기는 글로벌 게임으로 성장했다"며 "글로벌 무대에서 중요한 PC · 콘솔 시장에 중점을 두고 계속해서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각자대표 남궁훈 · 조계현)는 크래프톤에서 개발한 PC 온라인 게임 '엘리온'을 올 하반기에 선보인다.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각자 대표 송재경 · 최관호)도 신형 게임 엔진으로 PC를 기반으로 한 MMORPG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엘리온은 PC MMORPG를 즐기는 이용자들의 수요에 맞춘 게임이다. PC 온라인 게임의 장점으로 손꼽히는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강력한 전투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