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존재감 상승...NH·하이투자증권, 순익 30% 책임져
지주 내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 계열사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상반기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수익성이 줄었지만, 거래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증권사들이 이를 메우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2분기 실적 기준으로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과 하이투자증권(대표 김경규)은 전체 지주 계열사 합산 순이익의 30% 이상을 책임졌다.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과 KB증권(대표 박정림·김성현)도 15% 이상 기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 감소한 2617억 원을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줄었지만 코로나19 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증시 부진으로 주가연계증권(ELS) 헷지 손실로 인해 1분기 순이익이 322억 원에 그쳤지만 2분기 들어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주식거래량이 급증해 주식거래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면서 1분기 손실을 대거 만회했다. 2분기 순이익은 2295억 원으로 분기 기준 NH투자증권의 순익 기여도도 같은 기간 8.4%에서 31.2%로 22.8% 포인트 상승했다.
DGB금융지주(회장 김태오)의 증권 계열사 하이투자증권도 복덩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DGB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히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지주 내 기여도도 상승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7.7% 증가한 481억 원으로, 같은 기간 지주 내 순이익 기여도도 14%에서 23.3%로 9.3% 포인트 올라갔다. 특히 올해 2분기 실적만 떼어서 보면 순이익이 350억 원으로 DGB금융지주 계열사 합산 순이익의 32.2%에 달한다. DGB금융 비은행 수익 비중 상승과 함께 대구은행의 수익 감소분을 어느 정도 상쇄시켰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동학개미운동'으로 시작된 주식투자붐으로 주식거래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고 기존에 강점을 보인 IB/PF 부문에서 절반 이상의 수익을 가져오며 선전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도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의 핵심 계열사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투자의 순이익은 1725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함과 동시에 지주 내 순이익 기여도도 12.8%를 기록하며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높았다. 특히 2분기에만 순이익이 1258억 원에 달하며 지주 계열사 전체 순이익의 18.3%를 책임졌다.
KB증권도 1분기 자산운용 손실로 214억 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 1502억 원 흑자를 기록하며 환골탈태했다. 금융지주 내에서는 반기 실적 기준 KB국민카드(1638억 원)와 KB손해보험(1438억 원)보다 소폭 낮았지만 1분기 적자 규모를 감안하면 회복세가 뚜렷하다.
다만 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의 경우 자사에서 판매한 금융투자상품 손실에 따른 선보상을 실시하며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571억 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대규모 충당금 전입에도 불구하고 분기 흑자 기조를 유지한 점은 긍정적이었다.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들은 실적 뿐만 아니라 지주 내 사업 포트폴리오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과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부문에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협업에 나서고 있고 경쟁적으로 '복합점포' 확대에 나서는 등 존재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비중 확대 정책을 지속하고 있고 비이자이익 비중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 계열사를 통한 증권거래수수료 수익 확대는 금융지주사 수익 개선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