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우는 왕년의 농구 스타 김영희. 한기범
2007-11-29 뉴스관리자
1984년 LA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 주역인 김씨는 1987년 갑자기 코트에서 쓰러진 뒤 은퇴식도 치르지 못한 채 농구를 그만뒀다.
처음엔 뇌종양이 문제인 줄로만 알았지만 나중에 자신이 말단비대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말단비대증은 성장호르몬 과다 분비로 신체 일부나 장기 등이 커지는 병. 김씨는 심장이 부풀어 올라 생명까지 위험한 상태였다.
결혼도 하지 못한 채 매달 20만원씩 나오는 체육연금으로 살아가야 했던 그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수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연이 알려진 뒤 세상의 따뜻한 정을 접했고, 힘을 얻은 김씨는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8평 단칸방에 살면서도 독거노인, 장애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 봉사활동을 하며 밝게 살아가고 있다.
치료비를 대지 못해 고통받을 때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김은혜(우리은행) 등 선후배 농구선수나 말단비대증 재단의 도움도 잇따르고 있다.
29일에는 여자프로농구 부천 신세계-구리 금호생명 경기가 열린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스포츠토토㈜(대표 오일호)로부터 후원금 1천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요즘 자서전을 펴내기 위해 준비하는 한편, 틈나는 대로 농구장을 찾고 있다.
그는 "언제 죽을 지 모르지만 하루를 살더라도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혈관이 얇아지는 말판증후군으로 투병해온 한씨도 내달 2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남자프로농구 KCC-동부 경기에서 TV 해설을 맡기로 했다.
말판증후근은 말단비대증과 달리 키가 크면서도 마른 이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 역시 심장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씨는 1996년 은퇴 후 유통 사업을 하다 실패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병도 계속하고 있지만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는 "농구 선수는 다른 이들보다 키가 크다 보니까 말단비대증이나 말판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말판증후군의 위험을 알리는데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