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투자자 유입에 증권사들도 맞춤형 마케팅 봇물
과감한 투자지원금...TV광고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올 들어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의 대거 진입하면서 증권사들이 개인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과감한 현금 마케팅을 쏟아내는가 하면 TV 광고를 통한 브랜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약 3348만개로 작년 말(약 2936만개) 대비 412만개가 순증가했다. 최근 3년 간 계좌 순증가분(936만개)의 44%가 올해 8개월 반만에 만들어진 것으로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유입세가 뚜렷하다.
이처럼 개인투자자 유입이 이어지자 증권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현금지급을 비롯한 금전 마케팅이 가장 활발하다. 주식계좌가 없는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주식거래수수료 할인 ▲주식거래대금 비례 현금 페이백 ▲해외주식 투자지원금 제공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주식거래수수료 할인은 신규 계좌 개설시 일정기간 또는 평생 증권사 몫의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최소 비용만 받는 형태다. 최근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연말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연말까지 국내주식거래수수료 및 파생상품 수수료를 낮췄다.
국내주식거래 뿐만 아니라 최근 거래대금이 폭증하고 있는 해외주식거래 고객을 잡기 위한 과감한 마케팅도 눈길을 끈다. 해외주식 투자지원금 제공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개인 브로커리지 고객층이 두터운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등 대형사 중심으로 시행중이다.
삼성증권은 신규 고객 또는 2015년 1월 이후 해외주식거래 이력이 없는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최대 미화 100달러 상당의 투자지원금을 제공하는 '백불(佛)이 불여일견' 이벤트를 선보였다. 투자지원금으로 미국시장 주식을 매수하면 되는 것으로 미사용 잔액은 다시 회수된다.
키움증권도 미국주식 거래 이력이 없거나 최근 3개월 이상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미화 40달러를 투자지원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연중 진행하고 있다.
투자지원금 이벤트는 일시적으로 대규모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다소 리스크가 있지만 최근 해외주식거래 고객이 급증하고 있고 수수료가 사실상 무료화 된 국내 주식에 비해 해외주식은 수수료 마진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바짝 공들이고 있는 분야다.
국내 주식거래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는 현금 페이백 등을 제공한다. 키움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등은 신규고객이 계좌개설 후 일정 금액을 매수한 뒤 유지하면 1~4만 원 가량 현금 페이백을 제공한다.
현금 지급 대신 우량주식을 현물로 지급하는 증권사들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비대면계좌(뱅키스 계좌)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코스피200 종목 주식 1주를 무작위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주식거래계좌 개설 고객(비대면·은행연계) 중 14만 명을 추첨해 국내 주식 1주를 지급한다.
두 마케팅 모두 일정 비용이 투입되는 반면 고객 유입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출혈 경쟁을 감수하며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증권사들은 브랜드 마케팅 제고 차원에서 TV광고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TV 광고는 주로 은행이나 보험 등 대고객 비즈니스가 많은 분야에서 주로 진행했지만 올 들어 증권사 수익구조에서 리테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대형사를 중심으로 광고 마케팅를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복합문화공간 '문화다방'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던 NH투자증권은 얼마 전까지 문화다방을 콘셉트로 한 TV광고를 방영했고 삼성증권 역시 배우 김영철, 손담비 씨가 출연하는 '시작을 시작해' 캠페인 광고를 새로 선보였다.
◆ 올 들어 증권사 광고선전비도 급증...'체리피커' 우려도 있지만 효과 커
증권사들의 대고객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이 지출하는 광고선전비도 올 들어 급증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국내 증권사의 광고선전비는 전 분기 대비 27.9% 증가한 615억 원에 달했다. 야구단(키움 히어로즈)에 매년 100억 원씩 스폰서 비용을 지출하는 키움증권이 12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투자증권(94억 원), 미래에셋대우(69억 원), 삼성증권(59억 원) 순으로 리테일 고객층이 두터운 대형사들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의 과감한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혜택만 챙기고 사라지는 이른 바 '체리피커족'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대면 계좌 개설 활성화로 인해 적은 시간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체리피커들의 활동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마케팅 출혈 경쟁에 대한 부담은 느끼지만 주식거래 활성화로 신규 고객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경쟁사 대비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 고객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을 외면하기 쉽지 않다.
국내 주식거래는 신규 고객에게 대부분 증권사 몫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고 해외주식은 미국, 중국 등 주요 거래 시장은 다수 증권사들이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프로모션 외에는 변별력이 크지 않다. 게다가 현재 유입되는 신규고객의 상당수는 체리피커보다는 주식투자 의향이 있는 유효고객이 다수라는 점도 과감한 마케팅에 불을 붙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 고객들이 매매를 시작하면 익숙해진 시스템에서 계속 이어가는 경향이 있어 커피 기프티콘 제공 등의 단순 이벤트보다는 좀 더 과감한 이벤트가 고객들의 참여 유도에 용이하고 그만큼 실질 고객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