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호시노 사제 대결 '막상막하'
1996~1999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감독과 마무리 투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과 선동열 대표팀 수석코치가 2일 2008 베이징올림픽 야수 아시아예선전이 벌어진 대만에서 '지키는 야구'로 첫 사제 대결을 펼쳤다.
외형적인 결과는 4-3으로 승리를 챙긴 호시노 감독의 승리. 그러나 최고 투수들로 구성됐다는 일본 대표팀 마운드에 맞서 선 코치도 연막 작전으로 최대한 약한 전력을 숨긴 채 잘 싸웠다는 평가다.
아쉬운 건 류현진과 박찬호 등 기둥 투수를 전날 대만전에 몽땅 기용하는 바람에 선 코치의 운신의 폭이 좁아져 100% 전력으로 대결할 수 없었다는 사실.
'나고야의 태양' 선 코치는 1999년 호시노 감독이 펼친 '지키는 야구'의 핵으로 활약했고 이 때 배운 노하우로 2004년 프로야구 삼성 수석코치로 부임한 뒤 한국에 짠물 야구 선풍을 일으켰다.
호시노 감독이 2003년 한신 타이거스 감독을 끝으로 2선으로 후퇴하면서 둘은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에서 맞붙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호시노 재팬'이 출범하면서 사제대결이 성사됐다.
이날 먼저 움직인 건 선 코치였다. 3회까지 막아줄 것을 기대했던 전병호가 2회 2점을 내주고 3회 1사 2루에 몰리자 장원삼으로 교체했다. 장원삼이 적시타를 맞고 3점째를 내줬지만 볼이 읽힌 전병호를 일찍 내린 건 옳은 선택이었다.
4회 도망간 찬스에서 점수를 뽑지 못하고 돌아선 말 수비 때 이택근에게 좌중간 1타점 2루타를 내줘 2-3으로 쫓기자 호시노 감독도 바빠졌다. 선발 나루세 요시히사를 내리고 주니치 에이스 가와카미 겐신을 박았다.
베테랑 선발 가와카미를 불펜에 기용, 한국의 추격을 막겠다는 뜻이었고 그가 2이닝 동안 한 점도 주지 않으면서 호시노 감독도 안심할 수 있었다.
일본전을 대비해 좌완 불펜을 대표팀에 4명이나 뽑은 선 코치는 전병호, 장원삼에 이어 류택현(7회), 권혁(8회) 등을 차례로 투입했다. 5회 한기주가 나와 빠른 볼로 2이닝을 잘 틀어막은 건 선 코치의 성공적인 계략이었다.
8회 1사 3루에서 권혁이 좌타자 이나바 아쓰노리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은 건 뼈아픈 장면이었으나 1사 3루에서 정교한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실점하지 않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권혁의 기용은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
호시노 감독은 한신의 마무리 우완 강속구 투수 후지카와 규지를 아끼는 대신 완급 조절에 뛰어난 이와세 히토키를 6회부터 2⅓이닝 동안 중용하는 뚝심을 보였다. 손에 꽃놀이 패를 쥔 자만 가능한 여유있는 마운드 운용이었고 9회 우에하라 고지를 투입해 뒷문을 확실히 걸어 잠갔다.
선 코치는 일본 전력에 대해 "방망이는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비해 떨어지나 마운드는 훨씬 낫다"며 높은 점수를 줬고 이날 아깝게 그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이 마운드 전력이 처 지는 상황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가 현장에서 쏟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