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선거벽보 '뽀샵'경쟁

2007-12-03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대선후보들이 선거벽보에서도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국에 뿌려진 9만2000장의 포스터로 유권자의 눈을 휘어잡기 위해, 후보마다 ‘사진 기술’을 최대로 활용했다. ‘짙은 화장’과 ‘뽀샵(‘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수정하는 것)’ 정도는 기본. 한 후보의 포스터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눈을 크게 해달라거나 주름을 없애달라는 부탁 때문에 여러 각도 사진을 짜깁기하듯 붙여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포스터에 얼굴을 작게 나오게 하는 전략을 썼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다른 후보들이 얼굴을 강조하기 위해 어깨까지만 나오는 사진을 쓴 데 비해 가슴까지 나온 사진을 잡았다. 화장에도 신경을 써 날카로운 이미지를 감추고 일종의 ‘원근법’을 충분히 활용, 한나라당의 상징인 푸른색을 강조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포스터 사진은 4년 전 아직 60대 당시의 증명사진용으로 찍은 것이다. 이 사진에 혈색을 강화하고 채도를 높여 ‘젊은 이회창’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벽보사진 촬영에 드는 비용을 아끼는 ‘절약형 포스터’의 의미는 덤이다. 지난 27일 가락동 수산시장에서 이회창 후보는 “실물이 사진보다 못해 미안합니다”라며 뽀샵사진을 실토(?)하기도 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전문가의 손길’을 적극 활용했다. 패션사진 전문가(조남용)와 인물 사진 전문가(고창수)가 정 후보의 포스터를 담당한 것. 정 후보는 활짝 웃는 표정을 선호했으나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작가와 ‘적당한 선’을 찾는 등 표정 하나까지 치밀하게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원래 유세 모습의 스냅 사진을 쓰려 했으나 적당한 게 없어 스튜디오 촬영으로 계획을 바꿨다.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친근감을 주고 싶었으나 ‘웃으면 눈이 안 보인다’는 지적에 후보가 흔쾌히 수십번 촬영하는 수고를 마다지 않았다고 한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1997년, 2002년 대선 당시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주름이 신경쓰여 사진 보정에 주의를 기울였다. 기존 틀을 벗어난 파격적인 면을 보이고 싶어 뛰는 모습을 담으려 했지만 원하는 ‘멋진 장면’을 표현하기 힘들어서 포기했다고 한다.

 

귤은 익었을 때 푸른 빛이 돌지만 더 탐스럽게 보이려고 열처리를 한다. 인위적으로 노랗게 만든 귤은 보기엔 탐스럽지만 신선함이 떨어진다. 유권자들은 반질반질하게 닦여진 후보들의 모습보다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모습’을 바랄지도 모를 일이다.


도현정ㆍ이상화 기자(kate01@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