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분쟁조정건수 2배 급증...대신·NH투자·하이투자증권 10배 이상 폭증

2020-11-11     김건우 기자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제기하는 분쟁조정 신청건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까지 제기된 민원이 작년 연간 건수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은행권을 앞질렀다.  

올 들어 동시다발로 발생한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투자자들이 펀드 판매사였던 증권사에 대규모 분쟁조정 신청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관련 민원과 분쟁조정 신청도 급증하는 양상이다.
 

◆ 은행보다 많은 증권사 분쟁조정신청...새로운 소비자보호 사각지대로 드러나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로 제기된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전년 대비 78% 증가한 1534건에 달했다. 업권 별로도 손해보험(1만5141건), 생명보험(5207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고 은행업권(1058건)보다도 약 500여 건 더 많은 수치다.

특히 증권사에 제기되고 있는 분쟁조정신청건은 매년 급증하는 양상이다. 2017년 394건을 시작으로 이듬해 485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862건에 달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1534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분쟁조정 신청건수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364건), 한국투자증권(287건), 신한금융투자(219건), 대신증권(207건), KB증권(148건) 등  사모펀드와 연관된 증권사들에 분쟁조정이 집중됐다.

특정지점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했던 대신증권은 3분기까지 제기된 분쟁조정신청건이 207건으로 전년 대비 14.8배 급증했고 옵티머스 펀드 대부분을 판매했던 NH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금융투자업권은 그동안 소비자 민원이나 분쟁조정이 보험이나 은행 등 타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최근 들어 급증하면서 새로운 소비자보호 사각지대로 주목받고 있다.

보험업권은 보험금 관련 분쟁이 고정적으로 많았고 은행업권은 대표적인 대면 금융서비스업이라는 점에서 분쟁이나 민원 발생의 개연성이 높지만 금투업권은  '자기투자 책임의 원칙'이 적용된 상품들이라서  민원이나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최근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그만큼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가 된 사모펀드 사태 역시 애초부터 설계가 잘못된 상품을 판매하거나 투자자 성향을 조작해 적합하지 않은  고난이도 상품을 고객이 투자하도록 권유해 불완전 판매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 증권사들 소비자보호 강화 움직임 보여...'금소법' 대비 차원

이처럼 업권 내 소비자보호 이슈가 불거지자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소비자보호 조직을 강화하고 담당임원(CCO)을 선임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초대형 IB는 모두 독립 CCO를 선임했고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자산 10조 원 미만 증권사들도 선제적으로 CCO를 선임했다. 

증권사들은 내부 업무 프로세스도 소비자보호 중심으로 변경하고 관련 조직을 충원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매월 첫 번째 월요일을 '소비자 보호의 날'로 지정해 소비자보호 관련 각종 제도와 정책 점검 활동을 전개하고 지난 8월부터는 오랜 기간 영업, 소비자보호 및 컴플라이언스 업무 경력을 가진 소비자보호부 소속 직원 4명으로 구성된 '소비자보호 오피서'가 반기마다 전 영업점(88개 점포) 대상으로 상품판매과정 점검과 완전판매프로세스 및 사고예방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대신증권도 지난 달 중순 '대신민원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다양한 채널로 접수한 소비자 의견을 신속하게 조사, 분석, 통지하고 사전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달 업계 최초로 '금융소비자 보호 포럼'을 개최하며 한껏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분쟁조정 증가 뿐만 아니라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사모펀드 사태로 분쟁조정이 늘어난데다 금소법 시행 후 금융상품 판매시 6대 판매원칙(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규제)이 적용되는 등 사실상 모든 부서가 금소법과 연관되기 때문에 전사적으로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소법 대비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소비자보호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금투업계는 올해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민원이 대거 발생한 상황이라 대대적인 개선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