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 없는 '태왕사신기' 만들어야 하는 게 숙제"

2007-12-03     뉴스관리자

 

"배용준의 힘으로 이런 대작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또 다른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만들 때는 더 이상 배용준은 없습니다. '배용준 없는 태왕사신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MBC TV 드라마 '태왕사신기(극본 송지나ㆍ박경수, 연출 김종학ㆍ윤상호)의 투자, 배급 등을 맡고 있는 SSD 김의준 대표의 말이다.

   오픈세트 건립비용(200억~220억 원)과 순제작비(350억 원 이상)를 포함해 600억 원에 가까운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초대작 '태왕사신기'가 숱한 화제 속에 5일 막을 내린다.

   이 드라마는 방송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배용준, 김종학, 송지나, 히사이시 조, 동방신기 등 아시아 연예계의 스타들이 한데 뭉쳐 화려함을 과시했다. 동시에 방송 일정 연기 등의 문제로 방송 전부터 만만찮은 잡음이 터져 나왔다.

   각종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시도를 한 이 드라마의 성과를 되짚어 본다. 또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태왕사신기'가 남긴 과제도 살펴본다.
   ◇기록 또 기록
   우선 제작비 규모가 기록적이다. 국내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인 영화 '디 워'의 순제작비 300억 원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편당(전체 24회) 제작비로 환산하면 회당 평균 20억 원이 넘게 들어간 셈. 한 회에 들인 비용이면 웬만한 국내 미니시리즈 한 편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또 이 드라마는 2004년 9월 김종학 PD가 제작발표회를 연 후 만 3년이 지나서야 전파를 탈 수 있었다. 기록적인 '사전제작 기간'이었던 셈이다. 덕분에 방송 지연이 불가피했고, MBC 드라마의 편성도 널뛰었으며 이를 기다리던 배우들의 스케줄도 뒤죽박죽이 됐다.

   다만 일본 영화음악계의 거장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담당한 점은 놀라운 일이다. 완성된 영상을 보고 난 후에야만 음악을 입히는 것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이례적으로 촬영 지연을 끝까지 기다려가며 음악을 만들어냈다. 영화 '반지의 제왕' CG팀은 촬영 초반 가세했다가 빠졌지만 대신 '위험 관리 노하우'를 전수해 제작진에 많은 도움을 줬다.

   부상도 많았다. 주인공 배용준이 손가락 인대에 이어 목뼈와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김종학 PD는 교통사고를 당해 장이 파열되는 부상을 겪었고, 박성웅과 이지아 등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24부작 전편이 차례로 일본 극장에 상영된다는 점도 초유의 일이다.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5.1채널, HD카메라 촬영 등으로 제작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선함과 아쉬움의 경계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은 신화의 세계를 사극의 범주로 끌여들였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는다. 단군 신화부터 이야기를 풀어간 이 드라마는 현란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에 힘입어 상상을 현실로 구체화했다.

   비록 표절 논란은 있었지만 광개토대왕과 사신(四神)의 개념을 결합한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단군 시대에 탄생한 사신의 신물(神物)이 광개토대왕 시대를 거쳐 오늘날에 재현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현대인에게 전달했다. 광개토대왕을 정복군주가 아닌 미래 CEO형 지도자로 그려낸 것도 돋보였다.

   독특한 캐릭터와 파격적인 화법이 드라마 전편을 누볐다. 화천회 장로로 변신한 최민수의 느릿한 말투를 비롯해 청룡 처로(이필립)의 화려한 캐릭터와 수지니(이지아)의 중성적인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광개토대왕 배용준의 말투는 독특했다. 딱딱한 명령어 투가 아니었다. "죽지마. 이건 임금의 명령이야" "그대~" 등 나긋나긋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화법을 구사했다. '겨울연가'에서와는 또다른 이상적인 남성상을 구현해낸 셈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은 듯한 인상을 남긴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백호의 신물을 찾으러 국내성을 뛰쳐 나간 연호개(윤태영)는 중반 이후 드라마 얼개 밖에서 서성거렸고, 스스로 죽기 위해 떠났던 수지니는 죽지 않고 '방황'했다.

   무엇보다 드라마 스토리 자체가 상당히 난해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사신, 신물, 흑주작, 주신 등 새로운 용어와 이를 둘러싼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시청자에게 이야기 구조를 이해시키기 위해 등장인물들은 거의 매회 설명성 대사를 반복해야 했다.
   ◇배용준 없는 '태왕사신기'를 만들라
   투자, 캐스팅, 편성 등 온갖 난관 속에서도 드라마가 종착역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 부분 '욘사마' 배용준의 힘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배용준 카드'를 발판으로 이를 해결해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제작될 블록버스터 드라마에는 당분간 배용준이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 제작자들에게는 '배용준 없는 태왕사신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겨진 셈이다.

   김의준 대표는 "상영 확정, 판매 등 안전장치가 없으면 산업자본은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비슷한 대작 드라마가 또 성공하려면 기획부터 사전 준비를 모두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일본에 한류 드라마를 소개하는 차원이었다면 앞으로는 한ㆍ중ㆍ일 세 나라의 시장을 단일 시장으로 설정한 후 이에 통하는 산업적 모델과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과연 어느 나라가 '아시아류'로 불리는 이 단일 시장의 주도권을 잡느냐는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