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의 유령회사 대표는 美 영화배우(?)

2007-12-05     뉴스관리자
5일 발표된 김경준씨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연루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에는 김씨가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한 '이면계약서' 원본이 가짜로 드러나는 과정 등이 상세히 담겨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한국의 검찰수사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미국에서 일반적인 '유죄협상'이 불가능한 것을 모르고 있었으며 김씨가 내세웠던 가공인물 '래리 롱' 역시 실재하는 인물임은 물론 김씨의 미국 와튼스쿨 동창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들통난 '가짜' 이면계약서 = 김씨가 수사팀에 제출한 이면계약서에는 여러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일단 수사팀은 매각대금 약 50억원을 총 주식 수인 61만주로 나눴을 때 주당 금액이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는 점에 의문을 품었고 '각자 서명날인 한 후 한 부씩 보관한다'는 이면계약서상 문안에도 불구하고 서명 없이 도장만 찍힌 점도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다.

   도장 역시 이 후보가 실제로 사용하는 것을 직접 찍은 것인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 수사 과정에서는 김씨의 부인인 이보라씨가 2000년 6월께 직원을 시켜 이 후보의 도장이 찍힌 문서의 복사본을 주면서 똑같은 도장을 새겨오라는 지시를 했고 이 직원이 지시에 따라 도장을 새겨다 줬다는 진술이 확보됐다.

   이 후보의 도장을 보관하던 LKe뱅크의 회사 금고를 김씨와 이씨가 관리했다는 점도 확인됐으며 김씨의 회사에서는 레이저프린터를 사용했는데 이면계약서는 잉크젯프린터로 출력됐다는 사실도 밝혀져 결국 이면계약서가 '가짜'임이 들통났다.

   수사팀의 추궁에 김씨는 이면계약서가 2000년 2월 21일에 작성됐다는 당초의 진술과 달리 1년여 뒤인 2001년 3월께 자신이 문안을 작성해서 이 후보에게 도장을 받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결국 회심의 카드로 미국에서 가져왔던 이명계약서가 제 발등의 찍은 셈이 됐다.

   ◇ 김경준 "한국에 플리바게닝 없다고?" = 김씨는 '유죄협상'을 뜻하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이 한국엔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등 한국의 사법절차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음도 밝혀졌다.

   김씨는 국내로 송환되자마자 수사팀에게 자신의 형량이 얼마나 될 것 같은지 물어보는 등 형량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한국에는 플리바게닝이 없다"는 검찰의 설명에 "왜 플리바게닝이 없느냐"고 되물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가 검찰이 이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며 건넸다는 메모도 유죄협상이 일반적인 미국 수사절차에 익숙했던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김씨가 미국과 한국 검찰의 문화적, 제도적 차이를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유죄협상 주장은) 웃기는 얘기이며 분명히 (책임을) 짚겠다"고 강조했다.

   ◇'래리 롱'은 김씨 와튼스쿨 동기 = 그동안 가공인물로 알려졌던 LKe뱅크 대표이사 '래리 롱'은 실재하는 인물인데다 김씨의 미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동창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김씨와 친한 사이인 래리 롱이 2001년 2월 여행 목적으로 한국에 들러 이 후보를 소개받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래리 롱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생명과학 벤처투자사인 AM파파스의 해외투자담당 이사였으며 김씨가 EBK중개증권의 자본금 100억원을 마련할 때 등장한 AM파파스는 실제 래리 롱이 근무하는 AM파파스와는 다른 회사로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의 미 로스앤젤레스 변호사 사무실을 사무소로 하는 유령회사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가 A.M.파파스를 실제 존재하는 회사처럼 믿게 하려고 친구를 동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김씨 유령회사 대표는 영화배우(?) = 김씨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메트페턴트테크놀로지스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하는데 주가조작을 다루는 영화 '보일러룸'에 등장하는 유령회사와 이름이 같았다.

   게다가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미국 배우 지오바니 리비시는 김씨가 유령회사를 설립하면서 대표이사로 내세운 인물과 이름이 동일했다.

   수사팀은 옵셔널벤처스 사무실의 김씨 책상에서 이 영화의 CD를 발견했다면서 김씨가 영화에서 일부 착안해 주가조작에 활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김씨는 영화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면 (사건이 더 잘) 이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김씨는 BBK가 무엇의 약자냐는 검찰의 조사에 'Bank of Bahrain and Kuwait(바레인과 쿠웨이트 은행)'라고 설명하면서 중동 전문가로 알려진 이 후보와의 연관성을 암시했지만 검찰은 김씨와 부인 이씨, 그리고 오모씨가 BBK의 발기인으로 돼 있는 만큼 이 세 사람의 이름에서 영문 이니셜을 한 자씩 따와 만든 이름으로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