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영부인들의 스타일... 3인3색

2007-12-06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차별화된 패션은 나의 힘, 나의 전략.’ 대통령선거일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주자는 물론 후보 부인의 표심잡기 행보에 한층 가속이 붙고 있다. 이들은 쪽방촌부터 시장, 각종 행사장을 누비며 퍼스트레이디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과거 대선후보의 부인은 천편일률적인 패션스타일과 내조방식으로 서로간에 구분조차 잘 되지 않았다. 이들의 튀는 행보나 패션은 금세 구설수를 불러일으켰고, 그래서 금기처럼 여겨졌다. 점잖은 정장이나 한복 차림의 비슷비슷한 패션, 수줍은 듯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행보 등은 그들의 철칙과도 같았다. 그러나 2007년 ‘예비 영부인’은 다르다. 자신만의 색깔과 이미지를 당당히 고수하고 남과는 다른 전략으로 이목을 끌며 대선주자를 응원하고 있다.

 

▶‘국민 어머니’ 이미지, 이명박 후보 부인 김윤옥 씨=김씨는 대중에게 푸근하고 너그러운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다. 목걸이나 귀고리 등의 액세서리는 모두 벗어던졌다. 이 후보는 대기업 사장 출신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여기에 ‘명품과 보석을 좋아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자칫 ‘서민경제를 도외시할 것’이란 편견이 생길까 우려해서다. 늘 차던 시계도 ‘명품시계 논란’이 일자 바로 빼버렸다.

 

김씨는 단발과 커트의 중간 형태인 소박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한다. 매번 미용실에 가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집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등 일반 서민과 비슷한 생활패턴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치마정장이나 블라우스에 소매 없는 원피스 등을 입어 젊은 감각을 자랑하던 김씨지만 최근 들어서는 랜드로버풍의 캐주얼한 구두에 정장바지, 폴라티셔츠에 점퍼 등 서민적이고 편안하게 차려 입는다. 이 후보와 비슷한 색상의 파란 목도리를 착용해 통일감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메이크업은 약간 붉은 입술색과 볼터치로 젊고 생기있는 모습을 연출하는 편. 화장은 대부분 본인이 직접하지만, 방송 출연 등의 일이 있을 때는 이 후보의 스타일리스트인 최희진 씨나 김민신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도와준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디자이너 케이킴은 “김씨는 일반 대중의 예상과는 달리 ‘사모님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 패션 등을 굉장히 심플하고 소탈하게 연출한다”고 평했다. 그는 “게다가 너그럽고 푸근한 인상을 십분 활용해 자주 웃고 유쾌한 발언을 하는 등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패션,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 씨=한씨는 2002년 대선 당시부터 일관되게 법조계풍의 절도있는 패션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씨가 법조인 남편을 내조하는 동안 옷차림 또한 단정하고 클래식한 정장 스타일로 굳어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웨이브진 짧은 단발머리에 자연스럽고 단아한 메이크업, 점잖은 의상 등은 이미 한씨의 트레이드마크로 굳어졌다. 한씨의 경우 타 후보의 배우자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내조에 충실한 편인데, 이는 평소 그의 말투나 패션 등에서도 잘 묻어나고 있다.

 

액세서리는 거의 하지 않는다. 고전적인 전통 양식을 좋아해 한복의 느낌이 나는 누비 핸드백 등을 즐겨 든다. 평소 한복을 자주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후보와 유세 활동을 함께하기 위해 최근에는 보다 활동적인 양장 차림을 주로 입는다. 깔끔한 치마나 바지에 재킷 정장으로 실용적이면서도 단아한 미를 살리는 편이다.

 

스타일리스트 이종남은 “한씨는 전형적인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연보라나 분홍, 하늘색 계열의 의상을 선택해 고상하면서도 로맨틱한 색상을 선호하는 자신의 취향을 잘 살리고 있다. 또 한씨는 이 후보의 스타일리스트를 자청하고 직접 시장을 돌아다니며 이 후보에게 보라색 점퍼를 사다줄 만큼 패션에 관심이 많지만, 본인이 돋보이기보다는 이 후보를 잘 보좌하기 위해 튀지 않는 패션을 고수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한씨는 말투가 좀 느리고 조용조용한 편인데, 이는 그의 단정하고 여성스러운 패션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당찬 ‘힐러리 스타일’,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 씨=민씨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세련된 커트머리, 개성있는 의상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참석한 공식행사에서는 다소 짙은 핑크색 정장을 입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정치인의 아내’답게 화려한 액세서리는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 진주목걸이나 스카프 등으로 멋을 내기도 한다. 워낙 패션감각이 뛰어나 정 후보의 넥타이나 스웨터 등을 골라주는 등 코디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입술에 빨갛게 포인트를 주는 등 도시적인 메이크업과 화려한 웨이브가 특징인 헤어스타일을 즐긴다. 현장 유세를 비롯해 방송 찬조 연설까지 맡을 정도로 적극적인 유세 지원 방식 등으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과 자주 비교되고 있다. 정작 본인은 기동력을 위해 화장도 5분 안에 끝내고 시간과 돈이 아까워 미용실에도 자주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당당하고 세련되며 후보 배우자 중 가장 화려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베스띠벨리 이은미 디자인실장은 “헤어스타일이나 화장법 등이 후보 부인 중 가장 세련되고 화려하다. 때와 장소에 맞게 의상 선택을 잘하는 편이고,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후보 부인의 이미지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잘 살려내고 있다”며 “그의 패션스타일이 당찬 지원 방식이나 성격 등과 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이지 기자(eji@heraldm.com)

도움말=디자이너 케이킴, 스타일리스트 이종남, 베스띠벨리 디자인실장 이은미